빈손의 더벅머리
몇몇이 모여 앉아
울뚝불뚝 실랑이했다
산으로 가자
바다로 가자
차라리
도시의 밤을 지키자
우골탑 따위는
멀리 제쳐두고
물 좋고 때깔 고운
날라리판만 찾았다
한여름 내내
글자 한번 안 보고
손가락 한번
헤아리지 않아도
든든한 밥줄이 생기니
책상머리를
지킬 이유가 없고
신나게 젊음을 퍼붓고
갈 데까지 가보아야
후회도 없고
땡볕에 부푼 정염과
무풍에 빠진 근성일랑
계곡에 묻고
파도에 실어 보내면
절로 풀어지고
엄벙뗑 넘어가도
대충 살아지니
일단 싸지르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