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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가득 여운을 느끼세요
[현대詩] 아름다운 폐허 - 김금용

쉬폰케익     날짜 : 2006년 03월 28일 (화) 11:19:47 오전     조회 : 7422      
왜 폐허가 아름다운지 몰라
끔찍한 독거미가 뱉어 놓은 은빛 실타래처럼
삶은 위장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번뜩이는 역사는 아직도 겨울바람 황량한 옛 궁터를 가로질러
질펀한 우리의 삶 한가운데 웅크리고 있어
제멋대로 누워 지쳐버린 하루치 삶 속으로
방향도 없이 맴도는 모진 흔적들
뇌 속에 숨겨진 곪은 상처를 핥는 저 바람소리,
유리 진열장안에 얌전히 들어앉은
과거의 환상을 왜 매번 확인하고 싶은 걸까
아이들을 거느리고, 애인의 어깨를 잡고
뱀 혀 바닥 길게 갈라지는 햇살 아래
습한 노인네 방처럼 어둡고 쓸쓸한
화려한 과거만 살아 번들거리는 고궁을 찾는 걸까
부서진 대리석 기둥과 모서리 으깨진 주춧돌 틈으로
추위를 깨는 아이들 함성,
꼬리치기하며 깨꽃 터트리는 웃음다발,
폐허가 아름다운 건
부서진 구들 사이로 피어오르는 들풀 때문이 아닐까 몰라
마구잡이로 일어서는 삶,
생경하도록 파랗게
날이 선 한 겨울의 햇살 같은, 바로 그런 아이들 때문이 아닐까 몰라
버려진 기억을 딛고 일어서는
방향 없는 미로를 도도히 벗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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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키
03.29
폐허가 아름다운 건
부서진 구들 사이로 피어오르는 들풀 때문이 아닐까 몰라
마구잡이로 일어서는 삶,
생경하도록 파랗게
날이 선 한 겨울의 햇살 같은, 바로 그런 아이들 때문이 아닐까 몰라
버려진 기억을 딛고 일어서는
방향 없는 미로를 도도히 벗어나는..

그래서 나도 "폐허"가 한번씩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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