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詩 안갑선
포크래인이 지력을 끊자 산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산이 움직인다
아무도 잴 수 없었던 무게를 바람도 함부로 들었다 놓기 시작한다
산 중턱 1평의 흙집을 짓고 고단했던 삶이 누워 있던 주인이
앙상한 뼈 몇 개만 보자기에 싸든 채 황급히 떠난다
나무와 풀이 헝클어진 머리채를 하고 땅에 엎드려
몸이 부스러지도록 바스락바스락 처절하게 곡을 하며
화물트럭에 매달려 흙집 주인을 쫓는다
텅 빈 집안 곳곳에 시커멓게 태운 흔적
목 부러진 괭이에 몸 지탱한 채
뽀죡했던 새 삽이 닳아 배꼽이 뚫리고
꼬챙이 된 호미를 바라보며
너희가 아프고 다쳐야 내 자식이 잘 먹고 잘 살지 않겠느냐
흙에 살갗을 갈아대었던 희생과 은혜의 흔적
산이 움직인다
빈 집터를 포크래인이 꽝꽝 부수자
황소가 몸서리치며 몸을 부르르 떤다
여우비가 내린다
이주를 포기한 풀잎이 먼발치에서 훌쩍훌쩍 황토색 눈물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