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일기
다음글은 daum 칼럼에서 게시된 글입니다.
http://column.daum.net/dohu0479()
1. 거울 앞에서
그는 오늘도 거울 앞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일그러진 잔상만 남는다. 여전하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몇 번이고 되뇌인다.
갑작스레 벌레처럼 몸을 기어드는 이 말에 흠칫한다.
거울 안의 그가 거울 앞의 그를 향해서 비웃는다.
같이 비우고자하는 그의 노력이 역력하다.
그러나 비웃지 못하고 있다.
비웃음마저 잃어린 것 같다.
"오늘 하루 또 어떻게 세상과 어울린다지...."
2. 세수하며
닦는다.
얼굴은 인격의 표지가 아니라 물질이며, 물건이다.
매일 아침, 열심히 닦아주지 않으면 세상이 몰라줄까 두려워한다.
열심히 닦는다.
어제의 얼굴을 지우고, 망각하고, 버린다.
어제의 가면을 벗고, 오늘의 새로운 가면을 쓰기 위해서.
세면대 위 벽에 걸린 거울 속의 그가 그를 향해서 또 비웃는다.
비눗물에 눈을 못 떴는지라 이번에는 그는 거울을 보지 못한다.
피가 나도록 닦는다.
3. 다시 거울 앞에서
뿌듯한 모습이다.
달라진 것이 없어 뵈는 얼굴인데도 그는 다르게 보는 것 같다.
준비를 다 마친 자의 여유가 있다.
이번에는 그가 거울 속의 그를 보며 비웃는다.
겨우 비웃는다. 그러나 비웃음은 완성이 되지 않는다.
"포기하자.......오늘 하루 나를 또 포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