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을지로 입구 글로스타 센터원이라는 신축 오피스텔 방재센터로 바로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리스트를 뽑아놓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복잡하고 정신없이 지낸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머릿속은 온통 내일 처리해야 할 일들과 그 방법들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렇게 나름 머리를 굴려 스케쥴을 짜며 돌아오는 길에 정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네- 정팀장님..."
"어디냐? 퇴근했어?"
"네"
"너 내일 을지로로 바로가지 말고 회사로 와."
"무슨 일 있습니까?"
"너 내일 김차장님하고 학생군사학교 공정회의 참석하고 와.
거긴 니가 PM하기로 했으니까 전적으로 너한테 맡긴다."
센터원 연동테스트, 인터페이스 개발... 아직도 나의 머릿속은 내일 센터원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스케쥴로 가득차 있었고 그것들을 모두 백지화시켜버리는 학군사 원거리 외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왜 대답이 없어? 알았냐고~ ?"
폭풍짜증을 내기 직전에 나오는 팀장님의 특유의 음색이 수화기 넘어 들려오면서 이런저런
생각들로 멍- 해있던 내 정신이 순간 제자리를 찾았다.
"네넨...일단 알겠습니다. 회사에서 봬요."
일단은 이렇게 대답을 하고 내일 회사에서 팀장님을 설득해서 최대한 안가는걸로 버텨 볼 생각이다.
학군사가 대전에 있다고 들었는데 다녀오면 내일 하루도 그냥 꽝- 일테고
당장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협력사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니까...
스케쥴링을 하던 내 머릿속 플랜은 정팀장 설득하기 플랜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정막이 흐르는 집안 공기가 싫어 TV리모컨의 파워버튼부터 눌렀는데...
"일기예보입니다. 내일 오전은 오늘보다 2, 3도 더 떨어져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낮부터 급격히 기온이 올라 최고기온이 14도까지 올라갈것으로 보입니다."
'아침은 오늘보다 춥고 낮엔 더 덥다고? 대전까지 외근을 가야할지도 모르는데 옷을 어떻게
입으라는거야? 날씨도... 팀장님도... 참- 개떡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