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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가득 여운을 느끼세요
[현대詩] 그믐밤/장석주

     날짜 : 2006년 05월 30일 (화) 5:20:40 오후     조회 : 6560      

커피 물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 불을 켠다
새벽 3시다
가스레인지의 스위치를 비트는 하얀 손이
낮엔 복숭아 나무 죽은 가지 두어개를 툭툭 분질렀다
아주 가까운 둔덕에서 소쩍새가 운다
그믐밤인가 보다
내가 청혼했던 여자의 잠도 깊겠다
내겐 벌써
저기 아득히 흘러가버린 과거가 있다
당신도 알다시피 매우 숭고한
쓰라린 과거다
새벽 세시에 홀로 소쩍새 울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떨리는 손으로 죽은 가지 몇 개를 분질러 본 적이 있는가
어둠 속에 앉아 헤어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잠 못드는 밤 그 여자 몰랐었기를 바란 적이 있는가
벌써 흘러가버린 그 날에 대해 숭고했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홀로 차 한잔 끓이려고 불을 켜는 그믐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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