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鳶)/김민철
설날이 오면
어김없이 연鳶을 날린다.
아랫집 덕구네 울타리에
쑥쑥자란 1년생 대나무를
싹둑 잘라와서는
칼로 두쪽 네쪽 갈라놓고
하나씩 무릎위에 올려놓아
댓살을 아름아름 깍아내어
뽀얀 살 하얀 창호지에
정성껏 휘고 붙혀 만든
멋진 방패연 하나.
연鳶줄에는 어김없이
사구를 잔뜩 둘러치고
생명을 불어넣듯 목줄을 맨다.
바닷가 둔덕에는
추운 줄도 모르고
모여든 동네아이들
재잘거리며 연鳶을 날리고
바람을 이고 날아오르는
여러 연들 속에 유난히
덕구 연이 활개를 치는데,
가게에서 사온 비닐 연鳶 하나,
무심히 뺑뺑이만 돌고
작은 꼬마하나 울고 서 있다.
얼레를 쓰르르 쓰르르
풀었다 감았다
연鳶을 아래로 곤두박질시키다가
땅을 스치며 다시금
날아 오르기를 여러번
대장연鳶을 가리기위해
기어코 시작된 연鳶싸움은
얼키고 설켜 밀고 당기기를
몇번이나 힘겨운 끝에
한손으로 얼레를 높이 치들며
승리의 환호를 외친다.
끊어진 덕구 연鳶은 고개를 떨구며
먼 바다로 멀어져가고
혹여나 주울까
동네꼬마 몇몇은 뛰어 가본다.
보무당당하게
하늘을 오르내리며
펼치는 대장연鳶의 위용
우쭐거리는 속내를 감추고
거친 숨을 고르며
동그랗게 소원담아
슬슬 풀어내는 연실따라
하늘로 올려 보내는 동심의 꿈.
어느 새
붉은 해가 서산에 걸리면
꼬르륵~ 배도 고프고
호통칠 엄마생각에
얼레를 쉬임없이 돌려감으며
못내 덜풀린 마음으로
집으로 달려온 아이
누워 감은 심안으로
밤새 연鳶을 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