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중...
로딩중...
문학과 사람들
글쓰기 (Alt+w) 글붙여넣기(Ctrl+v) ^^!
오늘의 최근글 , 최근코멘트 RSS
로그인 | 회원가입 | 둘러보기
05월 11 (일) | 배경음악             
  • 문학방
  • |
  • 창작방
  • |
  • 작가방
  • |
  • 커뮤니티
  • |
  • 마이페이지
 낙서장 ·방명록 ·대화방 ·접속자
커버스토리 ·
문.사 살짝 리뉴얼 했습니다. [6]
문.사 살짝 리뉴얼 했습니다. 6
- 문학방 -
아름다운시
소설
수필
동화
좋은책
독후감
작품공모
상담/Q&A
재미로 보는 타로점
최신글보기
태그구름
오늘출석부
현재접속자
 
> 문학방 ( 문학방 > 아름다운시 )
·  가슴 가득 여운을 느끼세요
[현대詩] 백수가-이외수

     날짜 : 2009년 11월 26일 (목) 4:08:36 오전     조회 : 11292      

백수가

      이외수


그대여,
오늘 하루도 잘,
뒹굴
뒹굴
하였는가.
봄날의 곰처럼
정오의 공작처럼
빈둥
빈둥
오, 아름다운 그대의 삶.

 

그대의 부모는
그대를 보고 말할 것이다.
"자~알 한다.."
"자~알 하는 짓이다."라고
아아.
나 역시 그대를 보고 말하나니
그대여 자~알 한다.
정말이지
자~알 하는 짓이다.

 

자~알 살고 있는 그대가
오늘도 나에게 물어왔다.
도대체 할 일이 없다고,
도무지
뭘 하고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그대는 나에게 물어왔다.
그렇다 그대여.
지금 그대에게 할 일이 없다.
세상엔 정말이지
그대가 할 만한 일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듯하다.
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그대가 지금 잘 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느 기업인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거창한 말을 외쳤지만
뭐, 할 일이 그렇게도 많다면
많이들 하라 그러고,
오늘은 그대와 나
세계가 아무리 넓어도
도무지 할 일 없는 인간들끼리
뒹굴 뒹굴
빈둥빈둥
방바닥이나 문질러 보자.

 

그대여.
그대는 지금 멋지게 살고 있다.
그대의 삶은 지극히 정상이며,
지금 이 시기야말로
젊은 날 반드시 거쳐야 할
황금의 터널이니,
나는 그대가
진실로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그렇다 그대여.
백수가 아닌 젊음은
젊음이 아니다.
진실로 진실로
나는 그렇게 생각하나니,
아무런 주저 없이
그저 돈이나 벌기 위해
취직부터 하고 보는 젊음이야말로,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몰가치한 삶인가.
물론 세계는 넓고 할 일도 많지만
무릇 한 인간이
평생을 바쳐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
단 한 가지에 불과하다.

 

그것이 직업이다.
자신의 직업, 귀하고 올바른 직업을 찾는데는
비록 평생을 바친다한들 아까운 일이 아니다.
그대는 그대의 직업을 통해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대의 직업을 통해
그대의 삶,
그대 가족의 삶을 영위해야 함은 물론,
나아가 타인의 삶 역시
이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대의 직업은
늘 가슴 뛰고,
하면 할수록 보람차고 신나는 것이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때만이
진정으로 그대는
그대의 직업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그대여.
직업을 찾는다는 것을 이토록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인간이 평생을 바쳐 걸어가야 할 길을
오늘의 젊은이들은
너무나 쉽게,
너무나 간편하게
결정해 버리고 만다.
그들은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한다.
일찍 취직을 했을수록,
크고 끗발 좋은 직장에 합격했을수록
그들의 어깨엔 힘이 들어가고
그들의 시각은
마비되어 버린다.
그들에게 세상은
그렇게 그런 것이며,
그들의 삶 역시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이다.
나는 그저 그런 식으로 직업을 선택한 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잘 먹고
잘 살아라...
그 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대는 젊고,
싱싱한 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세상에 마비되지 않은
진지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모든 걸 다 가진 것이다.
그리고 다만
직업을 가지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그대가 무능하기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대는 지금 그대의 길을 찾고 있는 중이며,
저 널려 있는
천한 직업의 지뢰밭을 통과해
귀하고 귀한
그대의 직업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깨어 있는 젊음,
경건한 젊음을 지닌 이로서
지극히 당연하고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그대여.
직업엔 분명 귀천이 있다.
물론 빌어먹을 세상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귀한 직업으로.
돈을 못 버는 직업을
천한 직업으로 치부해 버리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진실로 천한 직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작위 고하를 막론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직업,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직업이다.
우리는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천한 직업들을 보아왔다.
사리사욕에 눈먼 정치가들,
뇌물로 돈을 모은 공무원들,
남의 재산을 탐하는 범죄자들,
아랫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직장의 간부들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이는 모두 천한 직업이다.
분명 이들은 직업을 잘못 선택했으며,
직업을 잘못 선택한 이들이야말로
세상을 망치는 주범들이다.

 

나는 그대가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의 꼬봉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망치는 일에 일조하는 이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대는 여지껏
참고 기다려 왔으며,
이제 잠시 후면
반드시 자신의 역량을 걸맞는
귀하고 귀한 직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늦어도
부끄럽지 않는 것.
늦고 늦을수록 그 쓰임이 크고 너그러워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하는...
그런 귀한 직업에 종사하기를
나는 간절히 소망한다.

 

그대여.
귀한 직업을 가진 삶,
또 그 직업에 평생을 바친 이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그리고 그 길을 찾기 위해,
날로 연마하고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이의 삶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렇다 그대여.
누가 백수를 무직이라 했는가.
백수야말로 직업선택업이라는
귀하고 귀한 젊음의 직업이니
보라.

 

그대의 이름은 백수,
백수는 프로보다 아름답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11.26
이외수님의 시를읽고 음...그냥 가슴을 잡게되더군요...정말 백수는 프로보다 아름다운것같습니다.. 혼자 알기 너무 뭐해서 여러분과 같이 나누고 싶어서 이외수선생님의 시 한번 올려봅니다..

11.29

정말로 현대 사회에서는 너무 선택이 빠르고 돈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것 같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나도 직업을 선택할때 귀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신중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업의 귀천에 대해 나타낸 구절에서  참 정말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11.29
이외수의 글들은 끊임없이 이성과 가슴 한 구석을 파고드는 마력이 있지요.
박건순
11.30

시의 내용도 전혀 어렵지 않게 빠져들수 있었고 비록 제가 백수는 아니지만 정말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가져갈수 있었습니다.  백수분들도 당장 의기소침한 태도는 버리시고 신중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시길 바랍니다.


05.09

이외수님의 글들은 정말.. 가슴 속 내내 외치고 싶었던 어떤 것들을 확!!하고 대신 터뜨려주는 듯..


  전체 : 4,876건
현대詩 [필독] 시 올려주시기전에 꼭 … [7] 19년전 173,988
현대詩 즐거운 소음 14년전 6,198
고전詩 무엇이 성공인가? [2] 14년전 10,249
현대詩 즐거운 무게 - 박상천 14년전 7,116
현대詩 장미와 달 - 최재효 14년전 7,100
현대詩 인연의 별 - 최재효 [2] 14년전 10,230
현대詩 침묵의 동반 - 작가 방자경 14년전 6,207
현대詩 어머니 - 방자경 14년전 6,553
현대詩 야생백마 -작가 방자경 14년전 6,318
현대詩 허물 수 없는 사랑 14년전 6,430
현대詩 냉우 14년전 5,960
현대詩 절대적인 느낌의 과녁 14년전 5,831
현대詩 활의 시위 14년전 6,370
현대詩 사랑은 14년전 6,202
현대詩 사랑엔 14년전 5,844
현대詩 사랑합니까? 14년전 5,884
현대詩 사랑이 무엇이오니까 14년전 5,811
현대詩 해 저무는 거리에서 14년전 6,528
현대詩 소금 15년전 6,188
현대詩 소묘 [1] 15년전 9,306
현대詩 상념 15년전 6,064
현대詩 일찍이 나는 - 최승자 15년전 6,658
연꽃향기 현대詩 여의도 횟집 15년전 7,081
현대詩 연(鳶) 15년전 5,861
현대詩 <촛불> 이정하 [2] 15년전 11,313
현대詩 제목이없음 15년전 5,748
현대詩 파업 15년전 5,677
first  이전101112131415161718  다음  last
 
문.사소개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 포인트정책    
문.사 태어난 날 : 1999.09.01, 문.사 태어난 후 : 9385日 지남, 문.사 태어난 후 : 26주년
Copyleft (c) 문학과 사람들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