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노인과 바다>를 서점에서 접했을 때, 우선 평소에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짧은 분량에 많은 의문점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읽어봤던 명작들 대부분이 방대한 분량에 심오한 내용을 다루어왔던 것에 비하면, 이 <노인과 바다>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즉, 200페이지 미만, 단순한 어법과 문장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슬쩍 훑어보기만 해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헤밍웨이의 작품인가?' '이 작품이 노벨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했다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래, 과연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한 번 읽어보자' 라는 심정으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바다였습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어촌마을. 그곳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산티아고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습니다. 검은 피부에 깡마른 체격, 전신에 피부암처럼 퍼져 있는 누런 반점. 그 모든 것들이 이 왜소하고 보잘것없는 할아버지를 표현하는 단어였습니다. 고기 잡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있는 산티아고 할아버지가 다른 어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려 84일 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고 있는 불운한 어부라는 점입니다.'늙어서 그래, 거기다 할아버지의 낡은 고깃배로는 무리가 있지...' 이제 할아버지가 고기잡이를 그만두고 다른 일거리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다시 바다로 나갔고 그의 어리석은 행동에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85일 동안 고기를 못 낚는 대기록을 세우려나.' 그러나 이 불운한 어부에게도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노인이 드리운 낚싯줄에 그가 타고 있는 고깃배보다 훨씬 큰 고기가 걸린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노인과 고기의 사투는 이틀 낮, 이틀 밤 동안 쉬지 않고 계속 되었습니다. 식사는 물론 수면조차 내팽개친 채 오직 고기잡이에만 몰두하는 노인이 저는 도저히 그 조그마한 어촌의 불운한 어부 산티아고 할아버지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낚시 줄을 쥔 손에 쥐가 나고 살이 찢겨 나가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무슨 전설에나 나오는 용사 같았습니다. 어느덧 사투는 막바지에 이르고 노인의 작살이 그 거대한 고기의 목을 꿰뚫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이긴 것이었습니다. 그가 잡은 고기는 무려 18피트, 이제 이 불운한 어부는 부자가 된 것입니다. 아니, 이젠 행운의 어부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다음에 벌어진 상황은 지금까지의 노인의 공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피 냄새를 맡고 몰려온 상어 때들은 노인이 애써 잡은 고기에게로 몰려들었고, 상어 때가 지나간 뒤에는 18피트짜리의 거대한 생선뼈만 남고 맙니다. 노인은 결국 생선뼈만 가지고 마을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고 있습니다.
비록,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저는 밝은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온갖 고난과 절망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용기와 신념을 잃지 않는 노인의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조금만 힘들도 괴로워도 곧잘 포기하고 짜증을 냈던 제가 이런 사람을 비웃었다니. 저에게 그런 자격이나 있었을까요? 작가 헤밍웨이는 문학과 인생에 대한 자신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는 결정체인 이 작품에 '인간승리'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물론 그 인간승리라는 단어 속에는 용기와 신념, 끈기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모습이 숨어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나약하기만 한 현대인에게 헤밍웨이가 깨우쳐주는 인간승리를 되새기며 항상 용기와 신념을 잃지 않는 굳센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동주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