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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일상,그리고 마음들이 모두 모여있는 곳
사진 한 장
은형
날짜
:
2003년 05월 02일 (금) 0:54:23 오전
조회
:
2414
그 때 너는 그저 웃었다.
그래.. 그랬었다.
이미 오랜 시간이 배어있는 사진 한장이 그 순간을 기억한다.
나의 행동에 대한 누군가의 감정에 어느 순간부터 신경쓰게 되었을까.
무언가에 일일히 신경을 쓰는 것은 딱 질색이었던 내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쉬이 찾지 못했다.
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러한 감정은 일시적인 것일 거라고 믿어버렸기 때문에.
다만 이러한 물음을 지니게 된 것이 조금은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
그러다가 문득 어느 순간에 말했었다.
누군가로 인하여.
너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나는 나이외의 것에 대한 물음을 지니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네가 이렇게 간절히 그리운 거라고.
너의 기억이 남아있는 이 곳 역시.
수줍게 웃는 네 모습을 그리며 웃었다.
그래.
너를 그려갈 때마다, 네 모습이 나로 인해 조각퍼즐처럼 서서히 형체를 갖추어가는 연결고리를 잡아당기는 순간에.
그저 웃었다. 아무런 감정을 끼워넣지 않은 채 본디 그래로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 그대로.
그리움이라고 말할까.
그 순간에 대한, 지금과 다른 나로 있을 수 있었던 그 시간을 기억하는 이 마음은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우연이라 할지라도 단 한번이라도 그 그리움에 대한 기억을 다시 찾고자 하였던 이 마음 역시 그러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면.
그리움이라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웃지 않았어. 웃어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핀잔을 주는 듯 하면서도 넌 여전히 그럴 거라는 표정으로 웃었던 네가 순간 겹쳐진다.
이 사진 속에 남아있는 내 모습을 너는 그렇게 기억할까.
"...... 웃었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활짝 웃는 네 모습 뒤로 보이는 내가 웃고 있었다고.
다만 네가 알아보지 못한 것 뿐이라고.
짓궂게 웃는 너를 보며 나 역시 웃었었지.
사진 속에 남아있는 이 시간은 언제나 그대로야.
그 순간을 다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이러한 것만으로도 다시 웃을 수 있을 만큼
너와의 기억은 여전히 그리운 채로.
이 사진 한 장에 담겨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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