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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 살짝 리뉴얼 했습니다. [6]
문.사 살짝 리뉴얼 했습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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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일상,그리고 마음들이 모두 모여있는 곳
봉일천 일기

     날짜 : 2003년 03월 24일 (월) 6:15:42 오후     조회 : 1997      
- 3. 24 -

어젠 유독 공이 안 맞는 듯 싶었습니다. 전날의 폭음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집에 혼자 남겨 놓고 나온 늦둥이 녀석이 못내 눈에 걸려서 좀체 집중을 할 수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기 딴에도 기다렸을 법한 일요일 아침, 엄마는 당직이라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허둥대다 출근을 하고 이제 머리가 다 여물어버린 지 언니들 또한 총총히 나가버린 뒤 끝, 못내 아쉬움에 하나 남은 아빠에게 같이 있어줄 것을 간절히 청하는 눈매를 냉정히 뒤로하고 코트로 나와 버렸으니 어쩜 당연지사였을 것입니다.

경직된 분위기가 싫다는 이유로,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온실 속 화초와도 같았던 15년 간의 공직생활을 철없이 하루아침에 접고 나와 주제도 모르고 세파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간 이룬 모든 것을 잃은 후 비겁하게도 썩어 문드러져 가는 속을 안주로 술로 세월을 보낼 때 기습과도 같이 주어진 녀석입니다.

응암동 달동네로 밀려들어 와 갑자기 너무나도 엄청나게 변한 환경에 당황해 하며 제 눈치를 살피는 딸내미들과 부부라는 이유로 졸지에 빚쟁이가 되어 말도 못할 수모를 당하면서도 애써 위로와 격려를 해 주려는 집사람의 타 들어가는 얼굴이 보기 싫어 골방에서 못나게 소리만 질러될 때 태어난 녀석이지요.

돌을 훨씬 넘기도록 남에게 맡겨졌다가 다시 한 식구가 된 후 매번 아침이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칭얼대는 것을 출근 늦겠다며 애써 닦달을 해서 어린이 집으로 쫒아내 듯 보내던 것이 벌써 몇 해인지 어느새 7살이 되 버렸군요.

지 에미는 힘겨운 직장생활에 치어서, 저는 이미 따뜻함이란 것이 메말라 붙어 그리고 10살도 넘게 터울이 지는 지 언니들은 지 들 나름대로의 생활에 빠져 있는 탓에 늘 동기간의 정에 굶주려 있는 것이 보이는 아이입니다.

그렇게 저 혼자 조금씩 커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럽지 않은 것이 아님에도 저 혼자 자식 키우듯 애들에게 유난을 떠는 인간들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제 비트러진 심성 덕에 전 늘 무덤덤 했었지요.

어쨋거나 어젠 사뭇 마음이 아프더군요, 평소 같았으면 땅거미를 꼭 보고야 마는 운동을 일찍 작파하고 집으로 들어 왔습니다. 라켓을 들고 나가면 항상 늦는 아빠의 때 이른 등장이 무척이나 반가웠던 지 환성을 지르며 와 안기는 것이 더욱 마음을 짠하게 만들더군요.

무작정 데리고 나왔습니다. 봄은 또 언제 그렇게 와 있었는지 아파트에서 애물 취급을 받는 주인 없는 무덤 언저리가 제법 파릇파릇 해 있더군요. 녀석이 원하는 데로 논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제 딴엔 작년 여름 긴 비 뒤끝에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자며 모처럼 아빠랑 나섰던 때가 생각났던 모양입니다. 그깟 쑥 나부랭이가 뭐 신기하고 소용 닿을 일이 있겠습니까만 부녀가 머리를 맞대고 한참이나 열중해 뜯었지요, 별로 곱상한 얼굴이 아님에도 이마를 간질이는 앞머리를 연신 걷어올리는 모습은 참 귀여워 보이더군요.

그렇게 널널해진 마음에 돌아오는 길엔 칭얼거리지도 않는, 벌써 다리가 제법 길어 진 녀석을 제가 먼저 청해 업었습니다. 쑥쓰러워 하면서도 기꺼워하는 녀석을 들쳐업자니 엉뚱하게도 눈물이 앞을 가리려 하더군요.

문득 누나의 등에 업혔었던 괴이한 어느 날이 떠올랐습니다. 그 어린 마음에도 이상하리만치 고즈넉한 날에 유독 하얀 옷을 입은 엄마만 온 사방에 낭자한 곡소리를 퍼지게 만들던 날이었지요. 그 울음소리보다도 엄마의 머리에 매달려 흔들리던 하얀 천 조각이 무척이나 무서웠다는 기억이 아직도 아스라이 남아 있네요.

경찰관이던 아버지가 졸지에 돌아가신 날이라는 걸 안건 아주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만 45년이나 된 일이군요. 자라면서 전 갓 사십을 넘긴 생떼 같은 남편을 잃은 엄마의 아픔보다는 아버지가 없이 성장하면서 겪어야 했던 제 어려움만 늘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다섯 살도 채 안 된 어린 자식을 남기고 눈을 감아버린 아버지를 향해 무책임하다고 원망께나 했었지요. 특히나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음을 느낄 때마다 또 곤비하고 팍팍한 삶에 치일 때마다 그래 든든한 벽이 되 줄 아버지의 자리가 정말 간절할 때마다 지지리도 철없는 저의 원망은 어쩜 거의 증오 수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누나나 형들이 눈물을 비추며 아버지의 추억을 나누고 그리워할 때도 제 마음이 닫혀 있기는 마찬가지였었습니다.

지금의 저 보다도 훨씬 젊은 나이에 사랑했을 처와 자식들을 두고 눈을 감아야 했을 아버지의 억울함과 한에 대해 점차 생각하고 이해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듯 싶군요. 어쩜 너무 어린 나이라 아버지란 존재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기에 그랬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사실 얼굴조차 떠올릴 수 없으니까요.

벌써 다 늙어버린 아빠의 좁은 등도 따뜻했던 걸까요 ? 녀석은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축 늘어지는 녀석의 무게가 정말 만만치 않더군요. 그래도 연신 제 옆구리에서 건들거리는 두 발이 새삼 소중하다는 생각조차 잊을 정도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멀쩡한 봄 날 오후에 뜬금 없는 센치로 부녀간 그런 치기를 연출하며 집으로 돌아오니 어젠 아예 그렇게 작정된 날이었던 지 오랜만에 엄마가 와 계시더군요. 사실 엄마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노모이지요. 모래내 시장에서 파는 포기김치가 아주 맛이 있어 사 가지고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포기김치라니 !

새삼 키가 아주 작아지셨구나 하는 생각이 또 저를 비감에 잠기게 하려 하더군요. 마음과는 달리 늘 퉁명스럽기만 하고 막내아들 노릇을 전혀 못하는 저로서는 정말 생경한 감정이었습니다.

못 된 아들의 기분을 혹 상하게 하지 않을까 하며 바보같이도 늘 제 눈치를 살피는 엄만 벌써 제 눈가가 조금 붉어져 있었던 것을 눈치채고 계셨나 봅니다. 그런 엄마에게 바람에 먼지 가 들어갔느니 운운하면서 무겁게 그런걸 뭐 하러 들고 다니시냐고 윽박과 함께 얼버무리자니 주책 없이 다시 눈물이 솟았습니다.

어쩜 들어보지 않아도 버스가 더 편하다며 형의 고급 차나 택시를 안타고 온 이유에 대한 변명을 하실 것이 너무나 뻔한, 그렇게 아낀 용돈을 제 딸년들에게 쥐어 주는 정경을 보게 될 것이 뻔한 것이 제 가슴을 더 아리게 만들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결국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만 이유도 모르고 황당해하는 엄마와 집사람을 앞에 두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덩달아 괜히 따라 울던 두 사람은 아마 아직도 나이 오십이 다 된 아들, 늘 차가운 바람이 휙휙 돌던 막내아들이 그리고 살가운 맛이라곤 하나 없는 내 남편이 왜 그리 서글피 울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을 겁니다.

소주나 한잔했으면 정말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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