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안개
내려 앉은 아파트 숲
먼산에 먼동이 터는 모습도 보이질 않고
앞날을 가늠 할 수 없는 삶 처럼
어둠이 체 걷이기도 전에 하루를 또 시작한다
많은 날들을 보내고 또 보내고
맞고 또 맞고 가고 또 가고
비 바람에 꺽이지 않은 한 오늘도 발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계절의 밀물은 사정없이 밀려와
이제는 더 버틸 힘도 없다
긴 동면에 깨어나 무엇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는가
얼음 박힌 몸둥이에
포근한 안개로 풀고
빛 고운햇살과 간지러운 바람으로 다듬어
봄에 교향곡을 써 볼까
봄에 그림을 그릴까
아냐 둘다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