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다은이가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겠답니다. 이번 가을에 중학교에 입학한 다은이는 7학년입니다. 아빠와 엄마는 학생회장 같은 것 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었던 적도 없었는데, 다은이는 심각하게 선거에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 빼앗길 것을 우려해서 반대를 했는데, 아내는 아예 이번에 경험을 시켜서 나중에 힘든일(?)이 안생기게 하자고 했습니다.
“아빠, 엄마, 싸인해 주세요.”
다은이가 내미는 종이를 보니 후보지원서였습니다. 미국 중학교의 선거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호기심으로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20명 친구들의 서명, 부모의 동의서, 자신의 지원서, 선생님 두분의 추천서 그리고 1분 가량의 연설 내용 요약 등이 있었습니다. 다은이는 이미 선생님들과 20명의 친구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놓았고, 지원서에도 자신의 장점 등을 자세히 적어서 보여주었습니다.
“다은아, 왜 학생회장을 하고 싶니?”
다은이는 리더쉽을 발휘하고 싶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조리있게 했습니다. 좋은 경험이 될거라고.
이왕 하려는 것, 잔소리를 안하려다가 부모로서 꼭 해주어야할 것 같아 결국은 말했습니다.
“다은아, 학생회장은 남을 위해 일하는 자리다. 남 위에 있는게 아니고 그들의 아래에서 그들을 섬기는 것이지. 그렇니까, 자기 일도 잘 못하는 사람이 남을 섬긴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거야. 또, 학생회장은 멋있게 남 앞에 나서는게 아니라 남을 도와 궂은 일을 하는 거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다은이는 연설문 요약에 이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또, 여러 나라 출신 학생들이 많은 자기 학교에는 그만큼 훌륭한 문화적 자산이 학생들 사이에 흐르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썼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의 남부 앨라배마를 경험하고 버지니아로 온 다은이에게 문화는 분명 중요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다은이는 웃으며 말합니다.
“아빠, 학생회 임원 지원서 접수된 게 한 4인치는 되는 것 같아요. 많이 지원했나봐요.”
비디오로 연설하는 모습을 촬영해 전교생에게 보여준다니 이제는 연설 연습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대학 1학년 때, 과대표 한번 해본게 고작인 아빠는 아들이 미국 중학교에서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겠다며 서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당당하게 너의 주장을 하거라. 그리고 최선을 다해 도전한 후, 결과를 받아들일 때는 웃으며 받아들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