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지배하는 세상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응용미술과 학생들을 프랑스
로 대거 유학을 보내 그 결과 디자인의 힘으로 세계시장
을 제패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술이 세계를 지
배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성가대 처음 들어와 낮은음자리표와 가사 동시보기에 장
애를 느꼈던 저는 틈나는대로 KBS3 -FM을 들으며 과외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왜 우리부모님은
나 어릴 적에 첼로 렛슨 같은 걸 시키지 않았나? 나도 음대
를 갔어야 하는데 괜히 공대를 나와 삭막한 인생을 살고
있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80
년대 어느 5월의 나른한 오후 수업 시간, 칠판에 유체역학
의 물리공식이 가득 적힌 강의실 뒷자리에서 비스듬히 창
문으로 내려다 본 신록 푸르른 예대 캠퍼스에는 악기 가
방을 맨 한떼의 웰빙족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일찍 수업
이 끝났는지 왁자지껄 정문 쪽으로 걸어나가고 있어 이
장면에서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발성조차 제대로 안된 채 틀린 화음을 내어 신자들의 분
심을 일으킨 어느 교중 미사가 끝나고 난 시간, 혼성합창
용 가톨릭성가책 첫페이지에 나오는 이 말을 조용히 혼
자 되뇌어봅니다.
"성가는 전례를 더욱 성대하게 감싸주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