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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변에 앉아

     날짜 : 2008년 03월 12일 (수) 11:54:56 오후     조회 : 2898      


전철로 구일동 거래처를 갔다가 돌아 나오는 길에 크게 바쁠 일도 없다싶어 안양천 뚝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물이 얕은 탓이었는지 멀리서는 뿌연히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제법 맑은 물이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하천 살리기 운동’의 결실이 아닐까 싶다.

사방으로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천변 양쪽으로는 농구코트며 배구장과 베드민턴장 그리고 각종 운동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일 것이다.

흐르는 물줄기를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다 문득 뚝방 위를 보니 포장마차 하나가 서 있다. 어슬렁어슬렁 다가가보니 어묵과 떡볶이, 순대도 보이고 찬물에 담겨있는 소주병도 내 눈에 띄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런 점이 좋다. 운전 할 일이 없으니 마음 닿을 때 한 잔해도 그만인 것이다. 또 꼭 범털이 아니면 어떠리. 자영업이란 게 이래서 좋다. 아직은 해가 중천이지만 내 하고 싶어 낯 술 한 잔 하겠다는데 누가 시비 걸 사람도 없다. 순대 2천원어치와 소주 한 병을 사들고 다시 뚝방으로 내려와 퍼질고 앉았다.


앉은 자리 옆을 유심히 살펴보니 그 속에 과거와 현재가 모두 담겨있다. 작년 한해 푸른빛으로 봄, 여름 그리고 이른 가을까지 삶을 노래했던 무수한 생명들이 겨울을 끝으로 생을 마감한 채 몸을 낮춰 납작 바닥에 엎디어 있다. 그리고 그 틈새로 이제 새로운 생명들이 쪼삣쪼삣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잔디가 대부분이지만 자세히 보면 애기쑥도 보이고 씀바귀나 달래 그리고 아기민들레도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제 암갈색의 뚝방은 차츰 푸른색으로 덮일 것이 분명하다.

곰곰 생각해 보면, 세상사 이치가 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 해 살이 풀들은 한 해를 끝으로 제 몸을 땅에다 바친다. 새로 태어날 새싹들에게 기꺼이 자양분이 되기 위함이다. 그것은 우리 인간이라고 틀리지 않다. 비록 수명은 다르겠으나 결국 사람도 때가 되면 조용히 제 자리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떠나기는 매 한가진 것이다.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도화지에 어렴풋이 몇 개의 얼굴들이 나타난다. 어느새 그 그림은 나의 동공을 열고 가슴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바로 오래 전에 내 곁을 떠나간 분들의 얼굴이다. 하얀 머리의 인자한 할머니도 보이고 여전히 씩씩한 중년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어머니도 보이고 앙상한 두 어깨의 아버지도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하늘에 걸렸다.

이 세상 어느 부모든 자식 잘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밟으면 속절없이 밝혀야 하는 말 못하는 저 풀잎도 제 몸을 바수어 거름이 되고자 할진데 하물며 영장인 사람의 마음이야 다시 말해 무엇 할까?

그럴진대 저 하늘의 나의 할머니,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도 철부지 막내 녀석 좀 잘 되게 해달라고 소원하였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생시에, 잘 되도록 가르쳤을 것임에도 분명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그들의 기대를 철저하게 저버린 몸이다. 항상 청개구리처럼 옆길로 나갔고 고집불통에다 내 하고 싶은 대로만 살았다. 때로는 세상을 겁 없이 얕잡아 보기도 했고 도덕적 규범 따위에 냉소를 던지며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기에 급급했다. 이렇게 나는 장장 반세기, 50년을 살았다.


따지고 보면 참으로 긴 세월이었다. 그리고 그 긴 세월동안 여한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며 살았다. 물론 여한 없이 아파한 것도 사실이다. 봄날, 소주 한 잔이 안겨주는 센티멘털이 꼭 아니더라도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이 더욱 슬픈지도 모른다.

나는 반드시 글쟁이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엉터리로 산 사람이 위선을 떨며 아름다운 글만을 쓰고자 함이 아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여정은 분명 흔치않고 보편적인 사람들과는 색깔부터 다르다. 그러나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는 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제대로 맛보지 못한 그 삶의 향기를 글을 통해서나마 맘껏 발산해 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나의 글을 통해 나의 뒷사람, 단 한명이라도 나처럼 아파하지 않는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이미 숨을 거둔 내 발치의 저 마른 풀잎이 새로 돋아나는 생명에 한 줌 거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듯이 말이다.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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