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 身
이 지하 자취방에 엎드려
눈에 보일까 말까한 한 마리의
거미를 살짝 건드리니
무섭게 도망치는 꼴이
왜 이리 눈물 겹게 다가오는지
저 눈에 보일까 말까한 작디작은
미물 속에도
나와 같은 무슨 불안한 맘과
두려운 맘이 있길래
저토록 혼비백산하며 달아나는 것일까란
생각에 말이다.
작은 미물 하나로부터
사물 하나하나의 움직임들이
왜 이리 눈물겹게 다가오는지
사자의 으르렁거림은 천둥 번개
치기 전의 그것과 같고,
몸에 난 털은 풀과 같고,
태양과 그 둘레를 운행하는 행성은
마치 오장육부의 그것과 같고,
바람, 서늘함, 한 낮의 더위,
이슬, 먹구름이 낀 흐린 하늘,
그리고 비 온 뒤의 청명한 하늘,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내 안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에
다 내 몸의 한 부분,
내 마음의 또 다른 모습들이
아니겠는가
가히 이런 동질성과 연관성에
저 우주 밖에 모든 것을 두루 주관하시는
나와 같은 눈을 가진 천부가 있으리라
상상할 만도 한 것이다
그 상상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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