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들의 이야기
오늘 아침 산책을 하는데
“얘 소나무야.
요즘 사람들 너무 시끄러워서 못 살겠어.”
근처 과수원을 지키는 덩치가 조금 있는 누렁이 한 마리가
소나무기둥에 살짝 영역표시를 하고는 말을 거네요.
“그래 맞아.
여기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얘기를 한다니까.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대통령, 탄핵, 최순실, 어쩌고 저쩌고...”
소나무가 짜증 묻은 소리로 투덜대네요.
“그런데 나는 말이야.
사람들이 나 좀 안 써먹었으면 좋겠어.
나는 배신하지도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는데
왜 툭하면 개새끼, 개살구, 개판 하면서
나쁘게만 팔아먹는지 모르겠어.“
“그래 맞아.
참 이상도 하지.
사람들은 나만큼 사랑할 줄도 모르고
부지런하지도 않고 꿈꿀 줄도 모르면서
왜 내 이름을 그렇게 써먹는지 몰라.
제발 식물인간, 식물대통령이라는 말 좀 안했으면 좋겠어.”
끌끌하리라 믿었던 사람들이 적바림앞에서
구멍수만 찾고 있는 모습
소금이 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들이 나누는 사람들 뒷담화를
새해 화두로 삼아볼거나.
끌끌하다; 마음이 맑고 바르고 깨끗하다.
적바림; 글로 간단히 적어 둠.
구멍수; 난관을 뚫고 나갈 수단.
소금이 쉰다; 믿었던 일이 틀어졌을 때 쓰는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