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늦은 가을이었을 거야
아파트 담벼락에 시든 낙엽이 떨어질 때면
수상한 기사를 보듯
나는 자주 목이 말랐다
사는 것도 할부로 할 수는 없는 걸까
밀린 월세처럼 오후가 기울어가면,
그럴 때면 문득
유서를 쓰고 싶어져
열어보지 못한 청구서 흰 봉투 위로
생각나는 이름을 꺼내 적곤 했지
술김에 던진 농담 같이
나는 얼결에 나이를 먹어
이름은 잊고
다만 알코올과 나의 질량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불러다오
유리잔에 떨어지는 투명한 소주처럼
그렇게 주소 없이 살아갈테니
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놀라 눈을 뜬다
오후의 예보는 엇나갔다
----------------------------가을바람----------------------------
오랜만에 오니 반가운 이름들이 많이 보이네요.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