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달력에 언니 생일이 표시되어있기에
며칠 동안 언니생각에 몰두했습니다.
아주 많은 교집합으로 내 삶을 차지하고 있는
나보다 아홉 살이 많고
나보다 키는 좀 작지만
엄마 같은 언니가 있습니다.
3차색 쑥색의 헝겊 표지의 노트로 언니의 추억은 시작됩니다.
김소월, 김영랑, 박목월, 서정주등의 시들을 가득 적어놓고
틈만 나면 낭송을 하며 외었습니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훗날 이 시를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몰래 그 시절을 반추하곤 했죠.
보슬비 오는 거리에...
노래방에 가면 꼭 한 번 부르는 녹이 많이 묻은 노래입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언니와 친구들이야기로
내 삶의 10년 앞을 살짝 엿볼 수도 있었죠.
나를 많이 업어주었건만 치사랑은 없는 지라
동생이라는 떠세로
툭하면 지다위, 트집바탈을 부렸지요.
먼지떨음은커녕 큰소리 한번 없었죠.
그래서 나의 어리광은 아직도 익을 줄을 모르네요.
착하고 부지런한 언니가 만났던 가파른 고갯길.
한 번쯤 바위에 걸터앉을 법도 했지만
다리쉬임을 허락하지 않은 언니가 피워낸 것은
100년에 한 번 피는 소나무꽃.
물이 모자라고 햇빛이 없어도 언젠가는 피는 꽃.
소나무 향기보다 더 소중한
등 뒤에서 맡았던 언니의 냄새를 곰곰 뒤져 볼랍니다.
떠세; 힘을 내세워 억지를 씀. 지다위; 남에게 등을 대고 의지하거나 떼를 쓰다.
먼지떨음; 아프지 않을 정도로 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