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열여섯 계집아이들이 발을 구르며 뿌리고 간 웃음다발이
젊은 남녀가 뽀뽀를 나눈 달콤한 사랑이
할 말 많은 부부가 한 바탕 싸운 찡그린 조각들이
남편 먼저 보낸 하얀 머리 할머니가 흘린 한숨이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돌쟁이 아기의 엉덩이 속살처럼 이쁜 햇살과
실타래에 감을 수 있을 법한 비단 바람을 담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벤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에게,
그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둘이면, 셋이면 아니 넷이면 더욱 좋은
나란히 앉아서
새털구름 가득한 수련한 하늘을 바라보며
밑불 없는 불처럼 아름차지 못한
서로서로
토닥토닥
그런 벤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련하다; 맑고 순수하다.
밑불; 불씨가 되는 불
아름차다; 자부심을 가질 만큼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