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사랑이어라
찜부럭이 가득한 날
툭 치면 넘어질 듯
늦가을 들녘에 서 있는 허수아비처럼
휘적휘적 젖은 솜으로
묶어놓는 신발 벗고, 양말도 벗고,
등에 지고 있던 등짐도 벗고
도심지에 나갈 때 쓰던 가면도 벗고
엄마가 만져주는 약손을 기다리며
누워버리는 어리광 아기처럼
여기.거기.참 아픈데도 많지.
어디가 막혔을까 어디가 뭉쳤을까
살아나라 살아나라, 온 세포를 깨워내는
그대의 손바닥 주문을 나는 알지.
그대의 이마에, 목에, 등줄기에 흐르는 땀방울을 나는 알지.
그대는
휘황한 꽃잎도,
현란한 향기도 생략한 채
여물어야 하는 아픔을 안은
무화과 꽃 닮은 보살이리니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숱하게 지나가는
지친 사람들의 가슴에
그대의 손에 박힌 옹이마다
반지꽃이 피리니
우담바라 꽃이 피리니
미안하다고 할까, 고맙다고 할까
하고 싶은 말
그대는 사랑이어라.
찜부럭하다 ; 몸이나 마음이 괴로워 짜증이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