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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마중

     날짜 : 2016년 09월 05일 (월) 9:04:02 오후     조회 : 3167      

                 그대는 사랑이어라

 

찜부럭이 가득한 날

 

툭 치면 넘어질 듯

 

늦가을 들녘에 서 있는 허수아비처럼

 

휘적휘적 젖은 솜으로

 

묶어놓는 신발 벗고, 양말도 벗고,

 

등에 지고 있던 등짐도 벗고

 

도심지에 나갈 때 쓰던 가면도 벗고

 

엄마가 만져주는 약손을 기다리며

 

누워버리는 어리광 아기처럼

 

여기.거기.참 아픈데도 많지.

 

어디가 막혔을까 어디가 뭉쳤을까

 

살아나라 살아나라, 온 세포를 깨워내는

 

그대의 손바닥 주문을 나는 알지.

 

그대의 이마에, 목에, 등줄기에 흐르는 땀방울을 나는 알지.

 


그대는

 

휘황한 꽃잎도,

 

현란한 향기도 생략한 채

 

여물어야 하는 아픔을 안은

 

무화과 꽃 닮은 보살이리니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숱하게 지나가는

 

지친 사람들의 가슴에

 

그대의 손에 박힌 옹이마다

 

반지꽃이 피리니

 

우담바라 꽃이 피리니

 

미안하다고 할까, 고맙다고 할까

 

하고 싶은 말

 

그대는 사랑이어라.

찜부럭하다 ; 몸이나 마음이 괴로워 짜증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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