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햇살
햇살이 낳은 시간은
햇살도 나이 들게 하나보다.
봄날 애기햇살은
새싹처럼 고운데
생장점까지 멈추게 하고
욕심껏 내닫는 불뚱가지 여름햇살
짓푸른 삼차색에서 욕심을 덜어낸
채도 높은
철이 든 가을햇살은
왕불을 빼내고 뜸 들이는 얌전한 불처럼
풀씨가 까맣게 색깔을 다지는 동안
봉지 안 열매는 건방진 신맛을 날리고
곡식 낟알은 헛거품 물기를 걷어내고
뿌리골무 속살은 비밀의 곳간을 키우누나.
바랄원(願) 한자를 가르치며
“짱이는 소원이 무엇이어요?”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거예요.”
하느님을 만나면 예수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는
아홉 살짜리 손자의 까만 눈동자에
맑은 가을햇살이 토다닥토다닥 영글고 있었다.
9월
산이고 들이고 모두 영그는데
내 생각은 움도 트지 않았다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가슴 아니면 호주머니에서라도
영글고 있을 햇살 찾아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