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마중
“대한이 소한이네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추위는 꿔서라도 한다.”
“소한이 대한이네로 몸 녹이러 간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중국 화북지방에서
추위로 이름을 날리는 대한이는
타향 한국에서는
이름값을 못한다고 놀림을 받았다.
이름에 오래 숨겨놓았던 찰 한(寒)자는
대한이의 만류에도
성큼 걸어 나와 마구 달리니
찬바람에 모두들 꽁꽁 얼었다.
불뚱가지로 여기저기 불씨에 풀무질을 해대니
애먼 사람이 불덩이로 식어간다.
소한이 물러나자
대한이는 별거 아니라며
앞꿈치로 사뿐사뿐 밀고 들어오다가
시간의 궤도에서 미끄러져
화들짝 놀란 입춘은 어디에 숨어있을까?
아시아인은 땅띔도 못하고
키 크고 팔다리 긴 사람들이 텃세를 하던
테니스코트
맞대매는 못했지만
오래 숨겨놓았던 화살에 화들짝 놀란 기립박수...
아주 많이 부족함을 메우는
아주 많이 간절함이
구근(球根) 같은 공명으로 봄을 서성이고 있다.
*맞대매 ; 두 사람이 다툼
*24절기는 중국의 화북지방의 기상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조금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