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총을 겨눠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우린 하나였고, 함께여서 기뻤고, 행복했지만
우리가 올라와 서 있는 이 원판은
서로를 밀어 한 명을 떨어뜨리길 원해
우리는 두 마리의 투견이 되어
죽을 때까지 서로를 물어 뜯으며 싸우게 될 거야
그게 운명이래. 자연의 법칙이래.
내 총알이 너에게 박히는 것과
네 총알이 나에게 박히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날 찢어 놓을까
내 칼날이 네 가슴을 찔러 심장의 울음소리가
내 손으로 선명히 들려오는 것과
내 칼날이 내 가슴을 찔러 그만 모든걸 멈추게 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나를 편안하게 할까?
그래서 우리는 러시안 룰렛을 하기로 했어.
구멍은 여섯. 총알은 하나.
탄창이 핑그르르 돌아가는 소리가
블랙홀이 되어 수 십 번의 지구 공전을 빨아 들여
여기가 아니었으면 앞으로 우리가 함께 걸었을 길이겠지?
자, 그럼 내가 먼저 당겨 볼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