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짓
선인장 스투키 화분 주변이 흙투성이다.
엎드려 걸레로 훔쳐냈는데 다음 날 또 흙이 한 움큼이다.
도무지 누가 한 짓인지 또 닦아 냈다.
여기 저기 아기 새끼손가락만 한 싹들이 솟아오른다.
이미 영역을 형성한 다른 세대 사이로 집을 지으려니
소리 없는 폭발이다.
두 겹의 얼룩투성이 베란다 유리창
미세먼지 잔뜩 묻은
말하자면 오뉴월 쉰 보리밥 같은 햇살과
일주일에 한 번
주전자에 담아다가 찔끔찔끔 부어 주는 몇 모금의 맹물로
열악(劣惡)을 경이(驚異)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손도 없고 발도 없는데
어떻게... 무슨 힘으로...
나는 손도 있고 발도 있고 말도 할 줄 알고 등 등 등
나도 무슨 짓이든 해야겠다.
깊이 감추었던
용기가 없어서 저지르지 못했던 짓을 꺼내어
옷도 입히고 신발도 신기고
날개도 달아서
바람에 날려 보낼 것이다.
훨훨
행여 왜 그런 짓을 했냐고 야단치거든
그건
3월의 몸살 때문에 가 아니라
스투키 때문이었다고 하면 돼.
스투키; 막대 모양의 선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