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찰
- 시 : 돌샘/이길옥 -
언제부터인가
신경에서 이탈한 관심이 자꾸 헛발을 딛는다.
해야 할 일이 첩첩으로 쌓였다는 생각
살짝 뒤로 밀어놓고
우선 재미에 맛이 든 엉뚱한 짓에 반해
시간을 몽땅 허비하고도
후회 없이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툴툴 떨며 일어나
어깻죽지 찢어지게 기지개를 켜는
저 여유로운 능청
한량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조급증을 달여 만든 달콤하고 끈끈한 망각
그 무게에 눌려 눈치만 들고 때를 기다리는 일들이
번호표에 적힌 숫자에 갇혀 속이 타는 동안
해야 할 일 까마득하게 잊고
아니, 아니 기억에서 털어내고
호기심의 옆구리만 붙들고 세월을 축내고 있었다.
그래도 잠시 잠깐 지워졌던 기억을 복원하고
오랜 기다림에도 묵묵히 견디어준 참을성 앞에 꼿꼿하게 서서
쓸데없는 헛짓에 팔렸던 정신 되돌려
살짝 빠져나갔던 뻔뻔함을 도려낸 뒤
넋 추슬러 닫았던 마음의 문을 후려잡아 여는 네 마음 씀씀이가 가상하다.
이제 길 바로잡아들 때다.
나갔던 혼 불러들여 관심의 심지 깊이 박고 불 지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