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앞에서
새해라는 술에 취해 몽롱한 열흘을 보낸다.
벌써?
시간의 속도를 측량하는 계기로 열흘이 간다.
나머지 여드레는
3월이 끌고 오는 새봄이라는 자장에 쓸려간다.
그렇게 2월은
버리는 카드 같기도
그냥 지나쳐도 되는 정거장 같기도
기대와 관심을 받는 첫째와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막내
그 사이에 낀 둘째처럼
오랫동안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불청객 모습으로...
율리시즈 황제의 달 7월을 시샘한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원래 적게 받은 밥에서
하루를 더 빼앗기고
윤년이라는 감질 나는 위로가 사흘의 결핍을 어찌해보랴.
왜 나는!
왜 나는!
너의 혼잣말은
지금 내 달팽이관에 멈춰 고여 있다.
2월아!
너무 서글퍼하지 말아요.
우린 모두
매끈하고 흰 엿 속 휑한 구멍마냥
성 쌓고 남은 돌멩이마냥
어설픈 존재들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