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샘
윤전기의 잉크냄새
轉移(전이)의 새물내를
돌돌 말고 있는 달력
나도 새로 태어난 것 같아.
걸인의 동냥 그릇도 지나치지 않고
할머니의 힘겨운 걸음도 외면하지 않고
험한 말과 표정은 뒤로 숨겨버린다.
여름을 탕진한 꽃, 잎
마음 떠난 해님 얇게 닳은 햇살마저
쇠스랑으로 쓸어가듯
풀풀 날리는 바람이
외투 속마저 점령할지언정
눈만 마주치면
용수철처럼 튕겨 나오는 소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주고받은 수많은 복들이
생명과 희망의 까닭이 되어
아니꼽게 쬐깐한
화살나무 선홍색 열매로 내려 앉아...
그렇구나.
새해가 이렇게
싱그럽고 예쁜 마당인 것은
일월이
맑은 샘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야.
그 곁에서 그대와 함께
오래 장난질 치고 싶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