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덩이가 굴러
온 흙탕을 처 구르고 나면
비로소 핏덩이도
사실 흙탕이나 그거나 한 걸 알지
고로 왜 핏덩일 편애하나
내일이면 죽어야 했던게
흙탕없는 핏덩이고
알고보면 핏덩이 없는 흙탕이고 그런건데
핏덩이 내 몸은 까슬리고
흙탕이야, 불쾌한게 당연하지만
봐라!
나 이렇게
죽어가잖아
봐라 나 이렇게!
산 모습이 이렇게 늟었지만
흙탕덕에
심장에선 벌레 끓는
설탕 가득한 썩을 때 즈음의 과실이
맛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이게 썩어감과
내 몸이 썩어감이 함께니
싱싱한 시절, 함께 썩지 못하는 서러움은
이제 볼일 없다
고로 마지막 단물을 이렇게
우리 산 핏덩이가 마시고, 취할 수 있기에
하필 재수없이 감각이 부패하여 애정을 잃은 날
그날이 바로 '차라리 죽는게 나으리라'하는 것이
옳은말이 되는 그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