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여자>
- 시 : 돌샘/이길옥 -
늘 유행에 뒷전인 여자
그녀도
유행을 몰고 다니며
앞에 서고 싶은 때 있었다.
어쩌다
한순간 삐거덕 어긋난
운명의 올가미에 잘 못 걸려
뒤틀린 신발을 신고
험한 고생길을 벗어나지 못해
가난의 누더기를 걸치고 살지만
유행이 지난
그래서 눈 밖에 버려진 옷 한 벌 얻어 입고
옹골진 궁색 오그려 감춘 채
한겨울 양지쪽 햇볕웃음 웃고 살지만
마음에 암자 하나 들이고
지문 닳도록
돈을 세는 꿈에 기름을 부어
욕망을 태우고 있다.
주머니 커다란 옷 찾아 두르고
뜨겁게 타오르며
훌쩍 불어난 꿈속의 돈다발
원 없이 주워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