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갈 시간>
- 시 : 돌샘/이길옥 -
암나사의 골 같이
평생 샛길 한 번 내지 못한 골목에
어스름이 먼저 길을 잡는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일감이
손끝에서 눈치를 보며
재촉하는 시계 바늘에 끌려가고
조급한 마음에서 떠난
하루 치 책임량도
맥이 풀리는 시간이다.
서둘러 뒷정리의 끈을 묶고
의자에 내려놓았던 체중을 들어 올린다.
문밖에서
그늘을 밀어낸 땅거미가
구두 안을 기웃거린다.
고단으로 버무려진 하루의 피곤이
기울기 심한 구두 뒤축으로 흔들리고
하나둘씩
눈을 뜨는 가로등이
암나사의 골 같은 골목을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