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챙, 나, 이 곳에 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아주 어렸을 때 말이야."
페이퍼 공주가 말했다. 나무의 왕국을 떠나온 지 서너 시간 지났을 때 일이다.
"내가 알기로 넌 지금까지 우리 나라를 떠난 적이 없었는데? 혹 기시감이 아닐까? 데쟈부 같은 것 말이야."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흠, 저 쪽에 그네가 있었어."
그리고는 자신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네가 있던 자리. 이제는 아무 것도 없는. 초챙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정말 그네가 있었나 보다. 헤에~~ 새로 익힌 마법이냐?"
"아니... 마법이 너만 하겠냐? 그냥, 이 곳이 낯설지 않아. 어렸을 때 즐겨 놀았던, 아주 그리운 곳 같아. ...그런데 아까부터 채찍이가 안 보이는데?"
늘 졸졸 잘 따라오던 녀석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산딸기라도 발견했나봐. 그 녀석 요즘 식성 바꿨잖아. 완전 채식으로. 네가 동물 잡아 먹는 거 질색하니까. 고 녀석 말 참 잘들어."
잘 따라 오겠지하는 생각으로 공주와 마법사는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다시 서너 시간. 채찍뱀이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무래도 돌아가 봐야겠어. 어디서부터 안 보인 거였지?"
"그네가 있던 자리. 그곳에서부터 찾아보자."
예외적으로 순식간에 돌아간 두 사람. 그네의 흔적만 남아 있는 곳에서 채찍이를 찾았다.
"이봐, 채찍뱀. 돌아와라. 죽은 동물은 먹어도 된다고 해 줄게. 나 안 보는 데서만. --;;"
"야, 바빠. 빨랑 나와. 산딸기 지금까지 먹었으면 배 터졌겠다. "
그래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리고 허탈해하는 두 사람 앞으로 돌멩이 하나가 날아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쪽지가 묶인 돌멩이.
< 그네를 돌려 놓아라. 그러면 뱀을 돌려주겠다. - 洪 >
"후아~ 납치된거야? 하필 채찍이야. 공주 너 납치하면 딱인데."
"친구라는게 꼭 그렇게 말할래?"
"그런데 공주, 혹시 네가 그네를 없앴니?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네를 돌려 놓으라고 우리를 협박할 수가 있어?"
글쎄..하고 생각하는 페이퍼. 그네라... 그네가 있던 자리라...
"이봐, 우리가 갈 다음 나라가 물나라라고 했지?"
"음. 그래. 저 쪽지 보낸 사람 혹은 어떤 사물이 물나라 사람인 거 같으니까 우선 물 나라로 가보자. 자신이 '물'이라잖냐."
채찍이가 다치지야 않겠지만.. 워낙 강한 녀석이라. 그래도 동행인데.. 어딘가에 잡혀 있다면 빨리 구해줘야 하는 게 친구의 도리였다. 그리고 공주와 마법사는 휘리릭 물나라로 날아갔다. 그네의 비밀을 찾으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