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속에 머물며 자신의 정신을 갉아먹는 유형의 인간이 있다.
학교에서 야단맞은 소심한 학생 - 사실 이건 체질일 수 있지만 - 생각 속에서 그 후의 이야기를 지어낸다.
"넌 공부도 못 하는 게 어째 성격까지 지랄 같냐?"
"쌤이 보태준 거 있어요? 왜 난리예요?"
"이 자식이 어디서 대들고 있어? 너 에미, 애비가 그리 가르치든?"
"네, 그렇게 배웠어요? 어쩌라구요?"
"얌마,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네가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사실, 이 학생은 오늘 과제물을 해 오지 않아서 교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이다. 그런데,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살살 때리고, 자신만 쎄게 때리는 것 같아 교사의 -자신이 보기에는 틀림없이 - 불공정한 처사에 화가 난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대들 용기는 없고, 자신의 생각 속에서 교사를 괴롭히고 있는 중이다.
옷 가게에서 물건을 사지 않고 나오는 손님에게 점원은 툴툴거리는 소리를 내뱉는다. 아침부터 재수가 없다고. 그 말을 들은 소심한 손님은 또 다시 생각 속에서 괴롭힘을 시작한다.
"이 옷 박음질이 잘 안 되어 있네요. 튿어졌잖아요."
"아, 그러네요. 어쩌다 이랬지?"
"파는 사람이 그런 것도 몰라요? 그러면서 장사는 왜 하는 거예요?"
"이봐요. 안 살 거면 그냥 가면 될 거 아니예요? 왜 생트집이에요?"
"참,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런 집에서 누가 옷을 사고 싶어해요?"
사실 이 손님은 30분 동안 이 옷 저 옷 뒤적여보고 이 옷 저 옷 입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나온 것이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직장 동료가 부탁한 일을 해 놓지 않았다. 이제 바야흐로 마음 속의 전쟁이 시작되려 한다.
"이 일 왜 안 해 놓았어요?"
"그 일을 왜 내가 해야 해요? 직접해요. 나도 바빠요."
"특별히 부탁을 했던 거잖아요."
"부탁만 하면 다 들어줘야 한다고 누가 그래요? 내가 언제 해 준다고 했어요?"
사실, 자신도 그 동료의 일을 해 준 적이 없었다.
우리는 때로 자신을 희생자로 만드는 놀이를 즐긴다. 생각 속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타인을 가해자로 자신을 피해자로 만든다. 그러다 지루해지면 자신이 막강한 힘을 가진 가해자가 되어 자신을 괴롭힌 사람을 응징한다. 단지 상상속에서.
혹,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타인을 생각속에서라도 '나쁜 사람'으로 만들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먼 미래에 그들이 정말 나쁜 사람처럼 행동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단지 내 마음에 안 드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들을 상상속의 가해자로 전락시키지 말아야 한다. '상상'이 그리고 '생각'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생각'은 느리지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만약 원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상상하라. 원치 않는 일이 있다면 생각하지 말라. 부정적인 상상은 자신을 망칠 뿐만 아니라 상상의 대상이 되는 '그 사람'조차 상하게 만든다. 우리는 상상 속에서라도 타인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 권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