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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날짜 : 2005년 08월 19일 (금) 7:55:46 오후     조회 : 2076      
"엄마, 엄마. 오늘 내가 찬진이한테 이 동화책을 줬거든? 근데 걔가 휙-하고 던져버렸어."
그러면서 영주가 눈 앞에 내밀어 보이는 것은 고 녀석이 여섯 살 때 읽던 어린이용 '엄마찾아 삼 만리'였다. 올해 일곱 살이 된 영주는 똘망한 눈이 예쁜 아이였지만, 멋진 일곱 살은 아니었다. 그냥 무척 평범한 일곱 살일 뿐이었다. 엄마 속상하게 말이다.
"영주가 이 책을 찬진이에게 준 이유는 뭔데?"
엄마가 빨래 개던 것을 멈추고 소파에 앉아 아이에게 물었다.
"뭐, 내가 안 읽는 거니까. 난 이미 이걸 다 읽었잖아. 게다가 난 이 책 안 좋아해. 내가 갖고 있기 싫어서 줬어."
아주 솔직한 영주의 말에 엄마는 잠시 눈을 깜박여 보았다.
"우리 영주, 찬진이 엄마 아프신 거 알고 있니?"
"응. 맨날 병원에 계셔서 걔네 할머니가 찬진이 유치원차 태워주잖아."
뻔히 아는 녀석이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에 엄마는 말문이 막혔다. 이 녀석아, 엄마가 아픈 애들은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슬픈거야. 쩝. 그냥 애처럼 '영주 미워!'하면서 팩-하고 돌아서고 싶었지만 명색이 엄마인지라 무언가 말을 해 줘야 하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었다.
"찬진이는 너한테 친구아니니?
"친구 맞아. 유치원 친구. ^^"
"친구한테는 말이야. 좋은 것만 주는 거야. 너한테 필요없는 것이 아니라."
"왜 그래야 하는데?"
"귀하고 소중한 거니까. 친구는 아주아주 얻기 어렵지만 또한 아주아주 잃기가 쉽거든."
"손에 꼭 쥐고 있으면 안 잃어버리잖아."
"손에 꼭 쥐고 있으려면 참 잘 해줘야 해."
영주는 동화책을 한 번 보고, 엄마를 한 번 보고, 동화책을 한 번 보고, 엄마를 한 번 보고 하다가
"엄마, '미르 가온' 할 시간이야."
라고 말했다.
에효~ '그래, 너는 애지.' 엄마는 텔레비전을 틀어주고 빨래를 다시 개기 시작했다.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빨래들을 정리하고 거실로 나왔는데 영주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없었다. '뭐하나?'라는 생각에 문을 삐걱 열어보니 녀석이 장난감을 잔뜩 늘어놓고 고개를 갸웃갸웃 하고 있다.
"녀석, 방 어지르고 있어. 아빠 오실 시간도 다 됐는데 말이야."
라며 엄마는 방으로 들어섰다. 영주 앞에 카드처럼 펼쳐진 녀석의 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사동에서 사 온 마징가제트, 유희왕 카드, 미르의 요요, 그리고 녀석의 놀이 친구 블록게임. 그것들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던 영주가 엄마에게 말을 껴냈다.
"이것들을 다 주면 찬진이가 좋아할까?"
영주의 진지한 말에 엄마는 다시 할 말을 잃었다.
'에구, 단순한 내 아들.'
"이거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그것도 아주아주 많이. "
"아들아, 선물은 아무때나 기분 내킬 때 하는 게 아니야. 그러면 선물의 의미가 없지."
"그럼 언제 줘야 해?"
"특별한 날에. 뭐 생일이나 네가 특별하다고 느끼는 날에."
"그럼 내일을 특별 기념일로 정할래. 찬진이 토라졌는데, 풀어줘야 하잖아."
"그렇다고 꼭 선물을 할 필요는 없어. 그냥 진심으로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뭐라고 그래? 내가 안 좋아하는 거 줘서 미안하다고 그래?"
영주가 그 똘망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아니. 아아아 ~ 그래도 되지만 그것보다 그냥 먼저 말을 걸어봐. 우리 뭐하고 놀까?하고 말이야."
"찬진이가 싫다고 하면?"
"어제는 참 미안했다고 해야지."
친구들의 세계는 참 단순할 거라는 생각에 엄마는 쉽게 쉽게 말했다.
"안 통할 것 같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까 한 번 해 볼게. "
영주는 늘어놓은 장난감들을 주섬주섬 치웠다. 그리고 미르의 요요는 책상 위로 얹었다. 녀석은 요요의 마법을 빌리고 싶은가 보다.
때로 우리는 실수를 한다. 언제나 문제는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아이이든 어른이든 마찬기지이다. 오늘 내 아들 영주는 자신이 싫어하는 책이 자신의 친구에게는 없는 거니까 줘도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나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유난히 생각이 단순해지는 시기여서 영주는 그렇게 행동을 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 영주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있다. 우리 어른들도 그런 실수를 종종 한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한 치 앞도 못 보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매우 단순하다. '미안'하다고 하면 된다. 군더더기 없이. 그러면 마법처럼 속상했던 마음이 풀어질 것이다. 때로 그 마법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기다려야 한다. 미안하다는 사과에 더하여 시간이라는 양념이 필요한 일일 터였으니까 말이다.
영주가 벌써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은 멋진 녀석이 아니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멋진 녀석이 될 것이고, 그 다음 날은 더 멋진 녀석이 되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일 이 녀석은 미안하다고 할 것이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 peace and happy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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