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과 파랑 그리고 흰색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던 토토가 길을 떠났다. 하이얀 조약돌이 깔린 길을 쭉- 따라 걷다가 용용이를 만났다. 그는 노랑과 빨강 그리고 까망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살던 존재였다. 그는 까망 조약돌이 깔린 길을 따라 걷다 토토를 만난 것이다.
'껌뻑껌뻑'
둘은 생소한 서로의 존재에 적응하지 못 하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음, 넌 뭐라는 존재니?"
토토가 물었다. 처음 보는 이상한 색을 걸친 처음 보는 눈빛의 존재. '쟤도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음, 난 그냥 용용이야. 넌 참 신기하게 생겼구나. 지금 나는 새로운 세상 구경에 나섰어. 네가 처음 만난, 내가 모르는 존재야. "
신기하다는 말에 기분이 상한 토토는 '톡'하니 되받아쳤다.
"네가 얼마나 신기한지 알고 그런 말을 하니? 내가 아니라 네가 신기한 거야."
"화낼 만한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기분 상했다면 미안. "
용용이는 그리고 토토는 까만 길이 끝나는 곳에서 그리고 하얀 길이 끝나는 곳에서 그 너머의 길을 가늠해보고 있었다. 한참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멀리까지 쳐다 보다 용용이가 물었다.
"네가 걸어온 저 길은 어때? "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지. 나무도 울창하고 집들도 깨끗하고 아름다워."
"와, 내가 걸어온 길도 그런데. 노란 냇물과 단풍 나무와 세련된 검은 색 주택들이 정말 조화로워."
용용이의 말을 들으면서 토토는 다시 눈을 '껌뻑껌벅'거렸다.
'이봐, 무슨 말이야. 파란 물결 넘실대는 강과 눈부신 초록을 자랑하는 나무와 시원스런 흰 색 주택이 바로 조화로운 거야."
토토의 말을 들은 용용이는 조금 짜증이 났다.
"강물이 어떻게 파랄 수 있어? 내가 십 년 이상 살았지만 노랗지 않은 강은 본 적이 없어."
이에 질세라 토토도 목청을 높였다.
"파랗지 않은 강물이 있다구? 그게 말이나 되니? 강은 어떤 경우에도 파랄 수밖에 없는거야."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다 피곤해진 둘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네가 사는 그 무시무시한 곳은 노란 강물이 흐른다는 거지? 나무도 모두 벌겋고? 게다가 집들이 다 검다구? 그게 대체 무얼 말하는 것인지 나는 도통 모르겠어."
토토가 입씨름을 먼저 시작했다.
"뭐, 무시무시? 네가 사는 괴상한 세상은 파랗다는 강물이 흐르고, 나무는 모두 초록색이고, 집들은 다 하얗다고? 그게 대체 뭔데? 뭐냐구?"
용용이의 말투에 또다시 기분이 상한 토토.
"너야말로 괴상망측하게 보여."
라고 쏘아붙인다.
"너는 어떻고? 요상한 곳에 사니까 사람도 요상해지는 거야."
이렇게 해서 길을 떠나보기도 전에 새로운 것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을 갖게 된 둘은 왔던 길을 되짚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다.
용용이는 토토를, 토토는 용용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이나 새로운 존재에 대해 열린 마음이 없었다. 단지 자신과 자기 것만을 주장하고 내세우는 아집만이 있을 뿐이었다. 새로운 것을 찾고 싶다면, 먼저 새로운 것,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세상의 강물은 파랑일 수 있지만 또 노랑일 수도 있다. 다양하니까 흥미로운 것이다. 세상 어딘가에는 토토와 용용이가 모르는 살구색 강물이 흐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세상의 나무는 초록일 수도 있지만 주황색일 수도 있다. 또한 이 땅 어딘가에는 물빛 나무가 자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세상의 집들은 흰색일 수도, 검은 색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무지개색일 수도 있다. 토토와 용용이는 길을 떠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챙겨오지 못 했다. 바로 열린 마음이다.
언젠가 그 둘은 다시 길을 떠날 지도 모른다. 하얀 길을 따라 그리고 검은 길을 따라. 그리고 서로의 나라에 새로운 색을 전해줄 지도 모른다. 그 때는 적어도 열린 마음의 결핍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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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오늘 독특한 경험을 했는데요,
저를 둘러싼 세상과 그분을 둘러싼 세상이 참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좀 놀랐습니다. 거짓을 말할 분은 아니니, 제가 속한 세상과
그분의 세상이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요, 참과 거짓,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일이 참 많더라구요. 그분에게는 그분의 말이 진실. 저에게는 제 경험이 진실. 그래서 그냥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참 '섬'과 같았습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