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 수 있는 오리가 한 마리 있었다. 햐얀, - 구정물이 튀어 조금 꾸질꾸질한 - 겉보기에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그저 오리였다.
오리는 어릴 때부터 소스라칠 정도로 거부감을 가지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통 오리 로스구이'가 되는 것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누나도 한 끼 식사감으로 스러져 갔다. 그런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만 했던 오리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먹잇감으로 넘기기에는 아까운 오리가 되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아침 저녁을 가리지 않고 하늘을 나는 연습을 했다. 동료 오리들은 말했다.
"넌 오리의 생태를 모르는군. 날 수 없는 새는? 이라는 문제가 왜 나왔겠어? 우리는 날 수 없는 거야. 그렇게 태어났다니까. "
"닭의 다정한 친구 오리, 우리는 날 수 없을 뿐더러 날아서도 안 돼. 변화를 주는 건 잘못이야. 충격에 빠질 수 있거든. 세상이 말이야. '오리가 난다'라고 말이야."
이런 놀림을 받을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포기'만큼 쉬운 건 없다는 걸 오리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만큼 '자신'에게 미안한 일이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오리에게 날개가 있는 건, 우리가 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야. 날지 않으려 들다가 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뿐이야. 잃어버린 건 되찾으면 돼.'
먹는 것도 잠 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오리는 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렇게 1년 2년이 지나갔다. 날아오르려는 연습에 몰두하는 오리를 보면서 사육사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40평생 날아오르는 오리를 보지 못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만큼 믿을 만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차마 그 오리를 팔아버릴 수가 없었다. 뒤뚱거리며 어떻게든 날아오르려는 그 눈물겨운 노력을 어느새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별난 관심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과도한 관심이 오리의 집념을 주저앉힐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었다. 날아오르려는,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각인시키려는. 그러다가 오기가 생겼다. 날개를 달아 놓았으면 날 수 있는 능력도 주셨을 거라고, 오리는 생각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좌절이었다. 친구들의 놀림도 뜸해졌다. 사실, 알고 있었던 친구들은 대부분 팔려나간 지 오래이고, 새로 태어난 오리들은 날아오르려는 오리를 그저 늘 그런 존재려니 하고 지나쳐갔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어느 날, 비교적 행동이 자유로웠던 오리는 절벽 근처에서 날아오르는 연습을 하다가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졌다. 날개가 부러지고, 다리도 성한 곳이 없었다. 오리를 찾으러 왔다가 그 광경을 목격한 사육사는 그를 수의사에게 데려갔다.
"어후~ 어쩌다 이렇게 다친거야? 성한 곳이 없네."
수의사는 익숙하게 부목을 대며 말했다.
"뻔하잖아. 날아올라본대."
"이 오리는 이제 너무 늙었는데, 안 팔거야?"
"어떻게 팔아. 나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녀석인데."
사육사는 동물 병원 밖,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이 오리 말이야. 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렇게 간절히 원하고 있고, 그렇게 성실하게 노력했는데 말이야. "
"불가능해. 이미 날개가 퇴화된 걸. 태어날 때부터 그는 날 수 없는 존재야."
"안 됐군. 마치 나처럼."
한 때 법조인을 꿈꾸었던 그의 말투에 쓸쓸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오리는 여전히 날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리고 사육사는 그 사이 부쩍 외출이 잦았다. 그리고 다시 어느날. 오리가 세상 밖으로 외출할 일이 생겼다. 간편한 차림의 아저씨가 오리를 안고 세상 밖으로 나간 것이다. 아저씨의 차에는 요상한 도구들이 잔뜩이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오리는 궁금했다.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오리와 아저씨가 도착한 곳은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모임이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말씀드렸죠? 날고싶은 오리. 이 녀석입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
아저씨는 동호회 사람들에게 밝게 인사를 건넸다. 도구를 특별히 제작하긴 했지만 위험할 지 모른다는 말들이 몇 마디 오가고, 오리는 아저씨의 배에 묶이기 되었다. 몇 차례의 도움 닫기 끝에 드디어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찰나. 오리는 자신이 날고 있음을 알았다. 눈 아래 숲이, 잡풀들이 그리고 교각이, 철로가 그리고 건물과 사람들이 가득 펼쳐졌다.
"하늘을 나니까 어때? 상상했던 것과 같아? 네 덕분에 내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연습을 다 했지 뭐야."
아저씨는 크게 소리쳤다.
하늘에 떠 있는 20여분 동안 오리는 세상이 모두 자신의 것이 된 듯한 생각을 했다.
비행이 끝나고 아저씨와 함께 사육장으로 돌아 오는 길. 아저씨가 불쑥 말을 건넸다.
"사람에게도 태초에는 날개가 있었을 지 모르지.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날개가 사라져버렸을지도. 그래서 우리는 비행기를 만들었어. 하늘을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거든. 너도 말이야. 네 날개로 날지 못했다고 실망하지는 말아. 날개로 날 수 없으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잖아. 네 집념이면 못 할 게 뭐가 있겠어."
오리는 그날 이후로 종종 아저씨를 따라 글라이딩에 나섰고, 꽤나 유명인사가 되었다. '오리, 하늘을 날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를 거라는 꿈을 버리지는 않았으며, 언제까지고 연습을 게을리하지도않았다.
---------------> 제목이... 마치 '거북이, 날다' 같아서.. 뭐라
바꾸고 싶은데..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군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