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꾸 이유없이 짜증이 납니다.
내가 낯선 것인지 세상이 낯선 것인지 마음이 불편해서 어쩔줄을 모르겠습니다.
아마 내가 낯선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내가 낯설기 보다 오랜만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요.
요즘 잊었던 내가 자꾸 보입니다.
나를 잊고 산다는 것이, 그러니까 자주 보아온 나를 잊고 좀처럼 볼 일 없던
나로 대부분을 사는 일이 마치 꿈꾸는 듯 즐거웠습니다.
나를 잊게 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눈을 번쩍 뜨며 꿈에서 단숨에 깨어났으면 차라리 더 좋았을텐데,
꿈이 서서히 깨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 나는 매일이 아쉬워서 가슴이 답답합니다.
이제 끝이 보일만큼 나는 세상에 가까이 왔습니다.
곧 꿈은 깨겠지만, 나는 그 꿈을 오랫동안 기억하려고요.
살다보면 꿈은 또 꾸게 되겠지요.
그 꿈에 기적처럼 당신이 또 나와준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정말 '기적'을 바라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 알겠습니다.
현실은 언제나 꿈보다 논리적이고, 물처럼 흘러가지 않고 수레처럼 굴러갑니다.
물에 실려가는 것이 아니라 수레를 굴려야 하는 일이라
덜 즐겁고, 더 땀나고, 그저 무표정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들어 부쩍 자꾸 짜증이 납니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가을이 왔는데도요.
당신이 있어 그 춥던 겨울도 웃으며 넘겼는데,
나는 유독 따듯한 이번 가을바람을 맞으면서도 벌써부터 겨울걱정에 한숨이 납니다.
짜증이, 한숨이 자꾸 납니다.
내가 빨리 다시 꿈꾸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