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내가 중학교에 들어오던 해 그해 내 동생 생일에
너는 기쁨으로 찾아와준 나의 작은 강아지였다.
어미 품을 막 벗어나선지 베란다 네 집보다 사람 몸에 찰싹 붙어 자기를 좋아하던 녀석이었다.
그 흔한 이갈이로 집안 살림을 망치지도 않고
애가 울면 가만히 옆에서 미안한듯 꼬리를 쳐주던 나의 선한 친구였다.
유난히 엄마를 좋아해
엄마가 오시면 밥먹다가도 나가고, 나 놀다가도 가버리기에 내가 엄마바라기라고 놀렸더랬다.
그래도
엄마와 내가 싸우면
내 방문을 슥슥 긁어 둘이 화해하라며 다독이던 너는 다정한 나의 가족이었다.
따뜻한 체온이 안길 때면 꾹 잠궈 속에서 썩던 눈물이 터져나오게 하던 너였다.
외롭던 학창시절에도,
부모님의 잦은 다툼에도,
마음 아파 죽고만 싶언 첫사랑이나
긴 구직의 시기에도
너는 막막한 나의 어둠 속 다정하게 일렁이는 촛불이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동생이었고 때로는 나의 아이였다.
그런 네가 암이라고 했을 때,
노견이라 수술이 안된다고 했을 때에도
나는 그냥
그래도 네가 내 곁에 영원할 거라 생각했다.
농이 차올라
너는 그걸을 계속 핥고
어느덧 살 가죽이 터져 앉은 자리자리마다 핏자욱이 찍히는 너를 보면서도
나는 헤어질거라 생각은 못했다.
그러다
너무 아프기 전에 보내주자는 말에
처음에는 납득이 안되 혀를 차다가
묵직한 주머니 같은 덩어리를 달고 다니는 너를 보며 끝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내달 안락사를 시키기로 하고
나는 내 발치에 잠든 너를 가만히 보았다.
눈길을 느끼고 너는 꼬리를 치며
장난감을 가지고와 장난기 어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랑아.
내 어여쁜 강아지 사랑아.
16년이 되어도 천진하고 어여뻐서
가만히 안고 있노라면 내 아기 사랑아.
내가 너를 어떻게 바라보아야되고
어떻게 담담해져야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사랑아.
널 어떻게 보내고 어디에 묻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
내가 너무 흉물스럽구나 사랑아.
내 힘들었던 시간에
가만가만 너는 묻지도 않고 옆에 있어주었는데
나는
네 힘든 시간을 보기가 힘들어
너를 치워버리는것 같아 그냥 같이 죽어버리고 싶구나 사랑아.
사랑아.
네 사랑하는 사랑아.
나보다 먼저 죽는다는 것을
내가 먼저 깨달았다면
내가 다시는 너를 사랑한다고 감히 말하지도 않았을 것을.
사랑아.
울고 있는 나를 향해 지금도 미안한 듯 꼬리를 치는 사랑아.
미안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