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가 신뢰를 져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순전히 너의 잘못으로 이 사태가 벌어졌다고.
오늘은 문득. 처음부터 신뢰가 있었던가.
내가 그 사람을 정말 의심없이 믿어주었던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반성이든 합리화든, 그럼에도 그 사람이 신뢰를 져버린 것에는 변함이 없다.
나의 4일간은 죽을 것 같이 괴뢰웠다. 걸어다니는 수도꼭지가 된 것 처럼
나 혼자 드라마 속에 사는 사람처럼 하고 다녔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살아내야하는 일상이 있다.
감정에만 충실하기엔, 돈을 받고 일상을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4일간 찾아가 따져묻고 엉엉 울어서 정말로 이제는 괜찮은건지.
나는 더이상 원망도, 궁금한 것도 생기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 '무슨일이 있어?' 하고 물을 때 갑자기 눈물이 터져버리는 것 말고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괜찮은건가? 내가 겁이나서 감정을 못받아들이고 있는건가?
무슨일이 있냐고 묻는 것을 보면 내 생각과는 달리 내가 겉보기에 그럴듯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어쩌면 그 사람을 용서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느때는 정말 정리를 해야할 것 같아서, 새로운 사람부터 찾아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이별의 혼란없이, 결혼만을 남겨두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인생의 화살표는 이렇게 예기치못하게 뒷걸음질을 친다.
이제 믿고 의지할 사람을 찾았다는 안심을 비웃듯이.
이렇게 뒷통수를 맞고야 만다.
자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