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가족의 구성이 바뀌었다는 것과 지인이 없는 낯선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것이다.
지금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고용해줄 새 일자리가 나타나길 2개월째 기다리고 있다.
나의 일상은 새로운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이었다가, 이제는 그마저도 다 완성이 되어서
내가 손수 가꾼 공간에서 빈둥대는 것이 하루의 전부이다.
자신이 고생해 번 돈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바람에 나와 나누어야 하는 나의 새로운 가족에게
가끔 미안한 것 말고는 일상이 이렇게나 잠잠할수가 없다.
빌딩주인이 되어 남은 여생 놀고 싶은 꿈을 가진 나의 가족은 이런 내 삶을 무척이나 부러워한다.
미안한 마음에 오늘 난 12시에 눈을 뜨고도 11시에 일어났다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나는 지금껏 이렇게 마음 놓고 쉬어 본 적이 없으며, 일부러 일자리를 못본체 하는 것이 아니라고
착한 나의 가족은 나의 죄책감을 위로까지 해 주었다.
받아도 되는 호의인지...
당분간은, 언제끝날지 모를 이 행복을 누리기로 했다.
아, 정말이지 황홀한 무언가를 찾아내지 않아도 인생이 이렇게 반짝거릴 수 있다니..
모든 것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