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을 쓴다는건 참 별난 일이다. 자정이 한참 지난 아무도 없는 거리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일처럼 외롭고 또 외로운 일이다. 어렸을 때는 내가 쓴 시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게 너무 행복했다. 자랑스럽지 않은 부족한 솜씨였지만 온 우주를 가진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요컨대 참 행복한 계절이었다. 십여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에 경험할 수 있는 감정보다 더 많은 감정들이 지나간 까닭에 나는 때때로 인생을 다 산 것 같은 기분에 빠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처음 습작을 했던 것이 14년 전이라니 그럴 법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기 까지 한 번도 완벽하게 아름다운 무언가를 써보지는 못했지만 헛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수많은 고민과 감정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므로. 불평할 것이 있다면 시간이 아닌 나를 돌아봐야겠지. 아무튼 나는 지금 행복하다. 불리하면 돌아갈 우주도 있으니 가끔은 태평하게 꿈자리를 헤매는 것도 괜찮겠지. 고마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