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김남조 선생님의 수필집 '그대들 눈부신 설목같이'에 나오는 독일의 서정시인인 하이네의 시랍니다. 슬프고 아름다워서.....시와 선생님의 글을 짧게 옮겨봅니다.
아스라
밤마다 사루탄 공주는
눈 같은 대리석에 푸르러이 물 뿜는
분수께로 가서
흰 물방울 찰랑찰랑 튀기며
목욕을 한다.
그때마다
공주의 건장한 노예는
뒤돌아 서서 물 소리를 들으며
목욕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오직 하루하루
여위고 창백해지면서
어느 날 공주는
빠른 말씨로 이렇게 물었었다.
"네 이름은 무엇?
그리고 네 종족은?"
"네, 저는 마호메트 족속으로
사랑을 하면
그 갈망에 죽고 마는
아스라입니다."
이 시는 오래 전에 읽은 후 다시는찾아보기 힘들어 옮김에 자신이 없다. 다만 진한 피멍울이 손톱속에 남아 빼낼 수 없는 것과 같이, 내 기억의 한 모서리에 아프게 묻혔던 걸 여기 헤쳐낸 셈이다. 짧은 글이지만 그 시정이 연연하고 농밀하여 세월이 가도 좀처럼 빛깔이 퇴락하지 않는다.
사랑하면 그 갈망에 죽고 만다는 시 속의 아스라는 실상 지금도 우리의 생활 주변에 더러 살고 있으리라. 연모는 너무도 피곤한 영광이요, 참기 어려운 도취임을, 오늘의 아스라는 어디 있으며 우리중엔 그 누가 뜨거운 핏줄기의 불쌍한 아스라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