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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 모음> 정연복의 '풀꽃의 노래' 외
날짜
:
2014년 09월 18일 (목) 6:49:52 오후
조회
:
1876
<풀꽃 시 모음> 정연복의 '풀꽃의 노래' 외
+ 풀꽃의 노래
밤이슬에 젖어도
울지 않을래
어둔 밤 지나면
새 아침 밝아 오리니
비바람 몰려와도
약한 모습 보이지 않을래
고난과 시련 너머
기쁨의 날은 찾아오리니
아직 나 살아 있는 동안은
희망의 끈 놓지 않을래
환히 웃음 짓는 얼굴에
행복이 깃들 것이니
밤이슬 차갑고
비바람 무서워도
나 이렇게 살아 있음의 기쁨
온몸으로 노래할래
+ 풀꽃
아가 손톱 만한
이름 없는 풀꽃 하나
인적 드문 곳에서
온몸으로 웃고 있다
삶은 많이 고달파도
삶은 더없이 아름다운 거라고
말없이 소리 없이
얘기하고 있다.
나도 한 송이
풀꽃으로 살아야겠다
그저 나만의
빛깔과 모습으로
세상의 어느 모퉁이
한 점 무명(無名)한 풍경으로
조용히 피었다
총총 사라지고 싶다.
+ 풀꽃의 웃음
좁쌀 만한
하얀 풀꽃 하나
파란 하늘
밝은 햇살 아래
온몸으로
활짝 웃고 있다
남이 보아주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제 모습 그대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참 예쁘다
너무나도 당당하다
세상 풍경을
살며시 바꾸어놓는
저 작디작은 것의
눈부신 웃음꽃 한 송이.
+ 풀꽃과 나
바삐 길을 가다가도
풀꽃 하나 만나면
발걸음
절로 멈추어진다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멈추어 선 그곳이
꼭 내가 있어야 할 자리 같다.
참 작기도 작은 것이
온몸으로 웃음꽃 피우는
그 모습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참 편안하다
세상 근심도 욕심의 그림자도
한순간 싹 사라진다
'나'라는 존재도
풀꽃과 한가지인 모양이다.
+ 풀꽃 이야기
나이 육십을 바라보면서
풀꽃이 눈에 들어온다
산과 들, 세상의 길가에
가만히 피어 있는 꽃들
서둘러 길을 가면서
다정히 눈길 준 적 없는
작고 무명한 풀꽃들이
눈에 밟힌다.
보잘것없어 보여도
세상 한 모퉁이 밝히는 저것
저마다의 모양과 빛깔로
한세상 살다 가는 것
남들이 몰라줘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그것이 이제야
내 눈에 와 닿는 것이다.
나 또한 넓은 세상 속
한 이름 없는 존재일 뿐이라는
쓸쓸하고도 마음 상쾌한
깨달음과 함께
저 이름 없는 풀꽃들이
오히려 눈물겨운 것이다.
+ 아주 작은 풀꽃의 기도
저는 참 작아요
아가 손톱보다도 작아요
그리고 사람들은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요
제게도 이름이 있기나 한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주님!
세상에는 이런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나봐요
제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제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아요
어쩌면 이리도 예쁠까, 하고
감탄하기도 해요.
주님!
세상 사람들이 저를
몰라봐도 괜찮아요
그냥 무심코 스쳐지나가도
울지 않아요
저를 좋아하고 예뻐해 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저는 그 사랑으로
한철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어디 이뿐이겠어요.
저를 손수 지으셨을 주님!
당신께선 제게서
한시도 눈길을 떼지 않으실 줄
저는 알아요
그러하실 줄 굳게 믿어요.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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