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
혼자 먹는 밥
임영조
외딴 섬에 홀로 앉아 밥을 먹는다.
동태찌게 백반 일인분에 삼천오백원
호박나물 도라지무침 김치 몇조각
깻잎장아찌 몇 장을 곁들인 오찬이다.
먹기 위해 사는가, 묻지 마라
누구나 때가 되면 먹는다
살기 위해 먹는가, 어쨌거나
밥은 산 자의 몫이므로 먹는다
빈둥빈둥 한나절을 보내도
나는 또 욕먹듯 밥을 먹는다
은행에서 명퇴한 동창생은 말한다
(위로인지 조롱인지 부럽다는 듯)
시 쓰는 너는 밥값한다고
생산적인 일을 해서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이 세상 누구를 위해
뜨끈한 밥이 돼 본적 없다
누구의 가슴을 덥혀줄 숟갈은 커녕
밥도 안되고 돈도 안되는
시 한줄 못쓰고 밥을 먹다니!
유일한 친구 보세란 한분이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서 먹는 밥은 왜
거저먹는 젯밥처럼 목이 메는가
먹어도 우울하고 배가 고픈가
반추하며 혼자 먹는 밥.
==============================================
나는 서울에서 생활한지 어느새 8년이 되어간다.
누구나 밥을 혼자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울하고,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면, 얼마나 고독한 일인가. 난,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밥을 혼자 먹는 시간이 많았다. 아니, 족히 30~40%는 혼자 밥을 먹었다. 게다가 같이 먹어도 같이 먹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았던 식사까지 합한다면 족히 50%는 될 것이다.
혼자 먹는 밥.....
외롭다면 외로운 그 생활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요즘음 내 모습이 안타깝다.....
아직도 시지프스처럼 바위를 산정상에 올려놓기 위한 갖가지 잔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아직 시지프스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이젠, 혼자 먹는 밥도 흔쾌히 넘길 줄 알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