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10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철들기도 전 남편을 알았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사랑이었기에 남편은
나의 첫사랑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 생애 마지막 사랑일 줄 알았던 남편만큼이나, 때로는 그 이상으로 소중한 사람이 내게 생겼다.
그를 안 지는 2년 정도 된다. 처음 얼마 동안은 그라는 존재가 내게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점차 그의 존재는 내 생활 전반부에 걸쳐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지금은
내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그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였고, 아침에 출근하여 책상에 앉아서도 머릿속은 온통 그의 미소로 가득찼다.
때로는 힘들게 느껴지는 직장 생활도 그와의 만남을 생각하면 대수로운 일이
못 되었다.
퇴근을 하기가 무섭게 나는 그에게로 달려갔고 그는 그런 나를 상쾌한 박하향기 같은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그 웃음만 생각하면 길거리를 걸어가다가도,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있다가도, 마른 목을 축이려고 자판기 버튼을 누르다가도 고무 풍선에서 바람이 새듯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남편도 차츰 그의 비중이 커져가자 하루는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와 묘한 질투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사랑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짝사랑이라 했던가. 피곤한 몸을 뒤척이는 남편의 가슴께로 이불을 끌어 올려주고 돌아눕자 남편보다 더 심한 몸부림으로 방바닥과 이불에 반쯤 걸쳐 자고 있는 그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보인다.
생김생김은 물론이고 잠버릇까지도 남편을 꼭 닮은 그의 앙증맞은 몸을 들어 제자리에 누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몇 년 후 이번엔 나를 꼭 닮은 또 다른 천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기를.
아무렇게나 흘려버린 미소를 주워담고 사랑하는 두 남자 사이의 행복한 잠자리로 들어간다.
조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