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백치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난 날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그리워하는지 그는 모른다.
별 볼일 없이 우연히,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나게 될가봐서 길 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제 단골 다방에서 다방문이 열릴때마다 불길같은 애수의 눈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길거리에서 백화점에서 또는 버스 속에서 시장속에서 행여 어떤 곳에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제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내 목소리를 듣지 못나는 귀머거리며 내게 한마디말도 해오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다.
바보 애인아...너는 나를 떠난 그 어디서나 총명하고 과감하면서,내게 와서 너는 백치가 되는가...그러나 나는 백치인 너를 사랑하며 바보인 너를 좋아한다. 우리가 불로 만나 타오를 수 없고 물로 만나 합쳐 흐를 수 없을 때,너는 차라리 백치임이 다행이었을것이다.
너는 그것을 알 것이다...바보 애인아..
너는 그 허허로운 결과를 알고 먼저 네 마음을 돌처럼 굳혔는가.. 그 돌 같은 침묵속으로 네 감정을 가두어 두면서 스스로 너는 백치가 되어서 사랑을 영원하게 하는가...
바보 애인아...
세상은 날로 적막하여 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큰 과업처럼 야단스럽고 또한 그 처럼도 못하는 자는 바보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래, 바보가 되자.
바보인 너를 내가 사랑하고 백치인 네 영혼에 나를 묻으리라.
바보 애인아....
거듭부르는 나의 백치 애인아..
잠에 빠지고 그 마지막 순간에 너를 부르며 잠에서 깬 그 첫 여명의 밝음을 비벼집고 너의 환상을 쫓는 것을 너는 모른다.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정말이지 너는 바보,백치인가 그댄 백치이다.
우리는 바보가 되자... 이 세상에 아주 제일 가는 바보가 되어서
모르는 척 살자. 기억속의 사람은 되지 말며 잊혀진 사람도 되지 말며 이렇게 모른 척 살아가자.
우리가 언제 악수를 나누었으며 우리가 언제 마주앉아 차를 마셨던가...길을 걷다가 어깨를 부딪고 지나가는 아무 상관없는 행인처럼 그렇게 모른는 척 살아가는 거다. 바보 애인아..아무 상관없는 그런 관계에선 우리에게 결코 이별은 오지 않을 것이다.
너는 나의 애인이다...백치 애인아...
신 달 자 님의 "백치 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