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겨울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내려 쌓인 눈 높이가 20센티미터가 넘었다.
중학교 졸업반이었던 언니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고등학교 신입생 보충수업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엄마는 이런 날에 그냥 하루쯤 빠지는 게 어떠냐고 말리셨지만
언니는 학교에 안 가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끝까지 가야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면서도 언니는 차 타는 곳까지 걸어나갈 것을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때 머리와 어깨 위에 수북히 쌓인 눈을 털며 들어오신 아빠가 막 나가려던 언니에게
\"눈도 많이 오고 길도 꽤 미끄러운데 어떻게 갈라나 모르것다.
차는 안 들어올 꺼 같으니까 지티까지 부지런히 걸어 가야것다.\"
하고 무뚝뚝하게 말씀하셨다.
언니는 마당에서 골목까지 대빗자루로 쓸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총총히 사라졌다.
엄마는 쉬지 않고 내려 쌓이는 눈을 보며 하루 종일 언니 걱정을 하셨다.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언니는 활짝 웃으며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저녁을 먹고 언니와 한 이불 속에 나란히 누웠는데 언니가 내게 소곤소곤 얘기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골목을 나서는데 우리 집에서 동구 밖까지 누군가 대빗자루로
길을 만들어 놓았지 뭐니, 눈 속을 어떻게 걸어가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었어.
그런데 그 길은 동구 밖에서도 끝나지 않고 지티까지 이어져 있었단다.\"
얘기하는 언니의 눈이 어느새 촉촉이 젖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아빠가 만든 길이었다.
아빠는 학교에 가는 딸을 위해 꼭두새벽부터 8백 미터나 되는 그 먼 거리의 눈을
대빗자루로 쓸어 놓으셨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