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중...
로딩중...
문학과 사람들
글쓰기 (Alt+w) 글붙여넣기(Ctrl+v) ^^!
오늘의 최근글 , 최근코멘트 RSS
로그인 | 회원가입 | 둘러보기
05월 20 (화) | 배경음악             
  • 문학방
  • |
  • 창작방
  • |
  • 작가방
  • |
  • 커뮤니티
  • |
  • 마이페이지
 낙서장 ·방명록 ·대화방 ·접속자
커버스토리 ·
문.사 살짝 리뉴얼 했습니다. [6]
문.사 살짝 리뉴얼 했습니다. 6
자동로그인
아이디/비밀번호찾기
회원가입
접속자 통계
오늘 675
어제 1,981
전체 6,046,662
신입회원 0명
 
> 문학방 ( 이전좋은생각 )
·  좋은생각 이전 게시판 입니다.
[2월] 서커스

     날짜 : 2002년 02월 14일 (목) 7:04:36 오후     조회 : 922      
내가 십대였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나는 아버지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었다.
표를 산 사람들이 차례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매표소와 우리사이에는 한 가족만이 남았다.
그 가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열두살 이하의 아이들이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대식구였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결코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비싸진 않아도 깨끗했고,
아이들의 행동에는 기품이 있었다.
아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부모 뒤에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아이들은 그 날밤 구경하게 될 어릿광대랑 코끼리,
그리고 온갖 곡예들에 대해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전에는 한번도 서커스를 구경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날 밤은 그들의 어린 시절에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랑스런 얼굴로 맨 앞줄에 서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자랑스럽게 남편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당신은 정말 멋진 가장이에요.'
남편도 미소를 보내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 역시 훌륭한 여성이오.'

이때 매표소의 여직원이 남자에게 몇 장의 표를 원하냐고 물었다.
남자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자랑하듯이 말했다.
\"우리 온 가족이 서커스 구경을 할 수 있도록 어린이표 여덟 장과 어른표 두 장을 주시요.\"
여직원이 입장료를 말했다.
그 순간 아이들의 어머니는 잡고 있던 남편의 손을 놓고 고개를 떨구었다.
남자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남자는 매표소 창구에 몸을 숙이고 다시 물었다.
\"방금 얼마라고 했소?\"
매표소 여직원이 다시 금액을 말했다.
남자는 그만큼의 돈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말할 것인가.
한껏 기대에 부푼 아이들에게 이제 와서 서커스를 구경할 돈이
모자란다고 말할 순 없는 일이었다.

이때였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의 아버지가 말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2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아버지는 몸을 굽혀 그것을 다시 주워 들더니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보시오, 선생. 방금 당신의 호주머니에서 이것이 떨어졌소.\"
남자는 무슨 영문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는 결코 남의 적선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절망적이고 당혹스런 그 상황에서
아버지가 내밀어 준 도움의 손길은 실로 큰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남자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20달러 지폐를 꼭 움켜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소, 선생. 이것은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로 큰 선물이 될 것이오.\"
남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들은 곧 표를 사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아버지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 당시 우리 집 역시 전혀 부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날 밤 서커스 구경을 못 했지만 마음은 결코 허전하지 않았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카사블랑…
02.22
세상엔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전체 : 601건
[3월] 맛없는 자장면 [2] 23년전 1,099
[3월] 당신의 천사 [2] 23년전 1,164
[3월] 아버지의 아들 23년전 652
[3월] 아버지의 마중 [1] 23년전 1,032
淚兒 [3월] 아버지와 피아노 23년전 847
[3월] 송희를 위해 기도를... 23년전 648
[3월] 아버지의 유훈집 23년전 623
[3월] 나는 누구일까요? [2] 23년전 1,160
[2월] 입맞춤 이야기 23년전 735
[2월] 반쪽 눈 이야기 23년전 662
[2월] 어느 눈오는 날 이야기 [2] 23년전 1,070
[2월] 엄마의 추억 [1] 23년전 1,024
[2월] 잊지 못할 주례사 [2] 23년전 1,065
 [2월] 서커스 [1] 23년전 923
[2월]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아이 23년전 876
[2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1] 23년전 1,223
[2월] 어머니의 손가락 23년전 598
[2월] 황선희 아주머니 [1] 23년전 984
[2월]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다. [1] 23년전 1,000
Cherry [1월] 5달러 짜리 자전거 [1] 23년전 910
Cherry [1월] 줄을 끊어야 합니다. [1] 23년전 966
Cherry [1월] 지하철에서 본 묘한 인연 23년전 632
[2월] 졸업 23년전 895
[2월] 오렌지 껍질 쉽게 벗기기!! 23년전 695
Cherry [1월] 눈앞에 있는 것부터 23년전 628
[2월] 남편을 싸게 팝니다. 23년전 845
first123456789  다음  last
 
문.사소개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 포인트정책    
문.사 태어난 날 : 1999.09.01, 문.사 태어난 후 : 9394日 지남, 문.사 태어난 후 : 26주년
Copyleft (c) 문학과 사람들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