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환경에서 자연 말없는 아이로 자라는 나와 동생이 염려되셨던 할머니는 수녀님이나 신앙을 가진 친절한 사람들에게 우리를 부탁하셨다.
황선희 아주머니도 그 분들 가운데 한 분이었다.
처음 아주머니가 집에 찾아왔을때 나는 "이분도 우리에게 성당에나 가라고 하겠지'하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찾아오는 아주머니를 보며 나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에게 한바탕 놀림감이 되고 돌아온 나는 아주머니 앞에서 울먹였다.
"애들이 우리 아빠는 거짓말쟁이에 빚쟁이래요. 우리는 하루 한끼 겨우 먹는데 아빤 우리 생각은 털끝만큼도 안해요.
엄마는 제가 장녀라고 강하고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대요. 그런데 전 못할것 같아요. 전 친구도 없고 공부도 못하고..."
어느새 내 얼굴은 눈물, 콧물로 뒤범벅이 되었다. 내 얘기를 다 듣고 난 아주머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이야.어릿광대는 눈 밑에 늘 눈물방울을 그린단다. 그건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뜻하지.
그리고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기지.
하지만 그건 바보같은 짓이 아니란다. 사람들이 너로인해 힘을 얻는다면 좋지 않겠니?
네가 웃는 모습을 누구에게든 보이면 그들은 너의 친구가 될거야."
다음날 아주머니는 웃는 연습을 해보라며 동그란 거울을 선물해 주셨다.
그날부터 난 웃는 연습을 시작했고 이젠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었다.
그 분은 1년뒤 세상을 떠나셨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그 분은 암을 앓는 고통 속에서도 나를 만나러 오셨던 것이다.
난 가끔 삶이 힘들다고 하는 친구들에게 황선희 아주머니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