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 데이빗 모린은 인기스타 더스틴 호프만과 함께 출연할 배우를 뽑는
오디션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기다리고 있던 50여 명의 배우들을 훑어본 모린은 금새 기가 죽어버렸다.
모두들 쟁쟁한 헐리웃 스타들이었다.
'내 주제에 이들과 경쟁하여 배역을 따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몹시 낙담에 빠진 모린의 기억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모린이 법대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 날은 매우 중요한 시험이 있던 날이었다.
시험지를 마주한 모린은 자신이 아무것도 쓸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
사각사각, 친구들의 답을 쓰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모린은 초조해졌다.
'저 애들은 모두 나보다 똑똑하군.
만약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나는 이 과목에서 낙제를 하게 될 테지.
그러면 법대를 졸업하지도 못할 것이고…. 난 실패자가 되고 말거야.'
모린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복도를 한참 걸어가는데 담당교수가 그를 불러 세웠다.
\"모린군, 왜 시험을 치르지 않는 거지?\"
모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수는 굳어진 그의 얼굴에서 모든 것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
\"여보게, 당장 교실로 돌아가게.
낙제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집어치우라고.
교실로 가서 먼저 눈앞에 있는 과제부터 해결하게나!\"
그 순간 모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는 것보다 눈앞에 놓인 문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그 날 시험을 치렀고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법대를 졸업하였다.
\"데이빗 모린!\"
다음 차례를 알리는 진행자의 목소리에 모린은 현실로 돌아왔다.
오디션 장으로 들어가는 그의 마음속엔 새로운 다짐들이 솟아났다.
'그래, 여기에 온 다른 이들보다 더 나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연기를 최선을 다해 해보는 것뿐이다.'
이후 모린은 그 배역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아
헐리웃 감독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